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 너무 구구한 서론, 지치다

까칠부 2018. 11. 28. 09:35

너무 구구하다. 아마 알 것이다. 난 말 많은 걸 싫어한다. 드라마나 영화, 만화에서 말이 많아지면 손에서 놓아 버린다. 그 전에 내가 지겨워서 버티지 못한다. 도대체 여주인공 길오솔이 남주인공 장선결의 회사에 취직하기까지 얼마나 끝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한 편으로 최근 드라마에서 가난이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뭐 이리 또 구질구질한가. 그런데 원래 사는 게 구질구질하다. 매일같이 공부에, 알바에, 취직자리 알아보느라, 그래서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 또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물론 그러고 사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무언가 하나는 포기해야 몸이든 정신이든 버텨낸다. 오히려 멋대로 어질러진 방안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궁상맞은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보고 있기란 또한 버거운 일이다.


가난에는 낙천이 있어야 한다. 고난에는 긍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흥부전은 최고의 가난문학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이 가난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그 가난을 묘사하는 것을 들으면 슬며시 웃음부터 난다. 현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더구나 결국은 그런 가난을 남자 하나 잘 잡아서 극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다르다. 거꾸로 온달전이랄까? 아니면 말괄량이 길들이기? 나고 자란 환경과 조건이 전혀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서 구원을 얻는다. 다만 여기서 중심은 가난한 여자의 신분상승일 것이므로 가난은 더 비참하고 더 고통스럽고 더 비루해야만 한다. 그래야 부자를 잡는 보람도 있다.


아무튼 피곤한 드라마였다. 일단 서론이 너무 길었다. 굳이 필요치 않은 이야기가 너무 길게 이어졌다. 어떻게든 여주인공 길오솔을 비참하게 만들려. 남주인공 장선결을 괴짜로 몰기 위해서. 성공한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벌써 지쳐 버렸다. 그 다음이야 아무러하든. 내가 거기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남 이야기 들을 때도 서론이 길어지는 것 같으면 바로 잘라버리는 타입인 까닭이다. 이건 너무 지겹다.


과연 김유정은 예쁘게 잘 자랐다. 사실 김유정 때문에 봤다. 그러고보면 성인이 되고 드라마에 나온 것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주인공의 매력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한 주가 벌써 끝나고 말았다. 일주일 뒤 얼마나 지금까지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을지. 기대되는 것조차 없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