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쁜 형사 - 탈출한 장형민, 아내가 살해당하다

까칠부 2018. 12. 12. 05:46

아무리 봐도 전춘만이 너무 훌륭한 경찰로만 보인다. 고문을 했든 어쨌든 범인을 잡아 자백도 받아냈고, 무고하든 어쨌든 기회를 잡아 후환까지 말끔히 제거했다. 경찰의 명예를 위해 연쇄살인범과의 거래까지 받아들인다. 그깟 연쇄살인마 하나 풀어주는 것보다야 경찰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찰이란 조직을 우습게 여기는 우태석은 경찰도 아니다.

 

연기가 너무 넘친다. 은선재는 나름대로 선을 넘지 않는 것 같은데 - 아니 그보다는 배우 자신이 가진 매력이 더 큰 듯 싶기도 하다. 너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의 연깅 그만 드라마에 대한 몰입까지 흐트러진다. 그냥 뻔한 드라마구나. 그저 만들어진 허구에 지나지 않는구나. 연쇄살인범에 대한 공포든 혐오든 어쨌거나 긴장이 느껴져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지켜만 보고 있다. 그나마 우태석이 등장하며 멈췄던 감정의 선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아직 사이코패스 연기가 젊은 배우에게는 너무 버거웠던 것일까. 하긴 은선재도 가끔 너무 넘친다는 느낌을 주긴 한다.

 

아무것도 못한다. 모든 진실을 알면서도 경찰이기에 아버지를 위해서도 아들을 위해서도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그저 무력하게 분노만 되뇌일 뿐이다. 그런데도 나쁜 형사다. 조직으로부터 거부당하는 이레귤러다. 허무한 것은 그 때문이다. 우태석은 지금 왜 그곳에서 그러고 있는 것일까. 차라리 장현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때는 진짜 나쁜 형사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장현민은 여전히 살아있고 심지어 다시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건강하기까지 하다. 아직 시작인 것은 알지만 시청자를 위한 작은 성취감 정도는 배려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아무튼 전춘만이 그다지 나쁜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인간으로서는 나쁜데 경찰로서는 인정받을 만큼 유능하고 성실하다. 그 아이러니가 드라마에서 중요한 주제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법도 정의도 진실도 상관없이 조직의 논리만 우선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태석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나쁜 경찰일 수 있을까? 또다른 살인범이자 피해자 은선재와의 악연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차라리 죽일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어느 살인자에게는 동정도 하게 된다. 그다지 즐겁지 않은 드라마다. 봐야 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