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함께 지옥으로, 다시 게임으로

까칠부 2019. 1. 7. 11:23

어쩌면 역설일지도 모르겠다. 진짜는 게임 안에 있다. 현실은 가짜다. 현실은 단지 게임과 게임 사이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들은 오로지 유진우가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기 위한 이유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유진우는 현실의 모든 법과 정의와 가치와 윤리와 관계와 질서를 뒤로 하고 진짜를 찾아 게임 안으로 들어간다.


진실을 증명하기란 너무 쉽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같이 지옥으로 한 발을 들이밀어야 한다. 죽은 사람이 멀쩡히 살아 돌아다닌다. 돌아다닐 뿐만 아니라 아예 산 사람을 죽이겠다 달려들기까지 한다. 그 죽은 사람이 자신의 친구이고 자기의 아들이다. 그런 곳이 지옥이 아니면 어떤 곳을 지옥이라 불러야 하는가. 하지만 자기 한 사람이면 충분했다.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게끔 만들고 싶지 않았다. 희생은 서비서 하나로 족하다. 그것만으로도 넘친다. 하지만 당장 자기가 살아야겠으니까.


막다른 궁지로 내몰렸다. 역시자 차병준이나 차형석이나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맞다. 전처 이수진과 이혼한 과정까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아직 이수진이 망설이고 있을 때 차형석이 유진우에게 사실을 통보하고 기정사실로 만들어 억지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차병준이 그동안 준비한 증거와 정황들이 유진우를 완벽하게 옭죄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막다른 상황이 유진우로 하여금 미뤄두었던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반전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차병준 교수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 그가 자신을 나락으로 떠밀었듯 그를 붙잡고 함께 지옥으로 들어가겠다. 그곳에는 자신을 구원한 진실이 숨어 있다. 진실에 이를 단서가 숨겨져 있다.


잠시 쉬어 갔을 뿐이었다. 여전히 유진우와 정희주 사이의 로맨스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하긴 사람 사이의 감정이라는 것이 이성과 논리로 설명 가능한 영역이 아니기는 하다. 전혀 뜻밖의 상대와도 얼마든지 사랑에 빠지고,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도 죽고 못사는 경우가 현실에도 적지 않다. 다만 그런 관계에 대해 그다지 공감하기 쉽지 않을 뿐.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그런 일들이 유진우를 더욱 궁지로 내몰고, 그래서 유진우는 다시 게임으로 돌아간다. 대표자리에서 내쫓기고 살인용의자가 되어 수사받아야 하는 곤란한 처지에서 레벨 91의 용사가 되어 진실을 찾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의 주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핵심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돌아보면 아주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진우는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야 한다. 게임으로 돌아가 모험을 계속해야만 한다. 현실의 절망과 좌절 위에, 희망과 행복 위에, 그러나 그는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 모험을 마쳐야만 한다. 마치 당위처럼. 벌써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최근 가장 빠져 살고 있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