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 미뤄둔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과 꿈

까칠부 2019. 1. 28. 11:20

차라리 첫눈에 반하는 것보다는 나은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연히 길에서 보고 첫눈에 반해서 구두까지 들고 따라다닌 남자도 있기는 했었다. 어린 시절의 인연으로 그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었다. 그리고 남자는 어린 시절 여자를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아주 긴 엇갈림 끝에 그들은 다시 만난다.


하지만 그런 로맨스야 어디나 흔히 있는 것이니까. 사랑하는 이야기야 드라마에서는 발에 채이다 못해 짓이겨진다. 그러니까 어떤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가. 남자 입장에서는 아주 오래된 첫사랑의 기억을, 여자 입장에서는 이혼까지 하고 사회인으로서 새출발을 하는 순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확실히 대비된다. 나이 만큼이나, 서로의 사회적 위치 만큼이나, 누군가에게는 오랜 첫사랑이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된다. 이 대칭적인 구도를 드라마는 어떻게 풀어나가게 될까?


마치 오누이처럼. 친남매처럼. 그러나 한 눈에 보기에도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감정이 다르다. 직장에서는 상사와 신입사원이다. 풋내 가득한 신입사원들 사이에 새롭게 사회에 발을 딛은 강단이 도드라져 보인다. 동기랄 수 있는 젊은 신입사원들의 상태도 러브코미디답게 상당히 개성적이다. 하긴 회사부터가 개성적이기는 하다. 마치 첫회는 경단녀로서 강단의 고단한 현실에 집중하느라 미뤄둔 드라마의 설정들을 지루하지 않게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러니까 원래 강단이 일하게 될 회사는 이런 회사구나. 회사 사람들도 이런 사람들이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강단의 현실은 코미디가 아닐 테니까.


그래도 기대하게 된다. 신입이지만 신입이 아니다. 고졸도 아니다. 나름대로 한때 성공한 카피라이터였다. 이혼이 인생의 끝은 아니다. 자신의 실력으로 이뤄낸 성과들이 진짜였다면 언제 다시 시작하든 그는 진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바람이 있다. 결혼으로, 그리고 육아와 집안일로 인해 오랜동안 일을 떠나 있었어도 언제든 다시 돌아가 다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만한 충분한 경험과 실력이, 자신이 아직도 자기에게는 남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작 코미디같은 회사에서 코미디같은 배려로 오랜 친동생과 같은 남성의 도움을 받아 시작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하다.


판타지와 현실, 그러니까 시청자가 바라는 꿈과 어쩔 수 없는 현실의 고단함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이혼녀라고 하는, 그리고 경단녀라고 하는,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잘난 젊은 남자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강단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있는 겨루라고 하는 회사에 대해서. 그리고 드라마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혹한 현실을 그대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누군가와 사랑하고, 혹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도움받고, 그러면서도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가장 필요할 때 가장 간절할 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에 대해서. 그래서 사랑하고, 그래서 기대하고, 그리고 꿈을 꾸고. 아직 꿈을 꾸기에 강단에게는 모든 것이 현실이기만 하다. 앞으로의 모든 일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