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 - 꿈은 꿈으로, 그리고 허무로, 주제를 향해서
사람이 후회라는 것을 하는 것도 결국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다. 잘 살기 위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래서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고, 그것들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하나씩 바로잡아간다. 넘어지는 것은 일어나기 위함이며 멈춰서는 것은 다시 나아가기 위함이다. 그래서 후회하고 죄책감에 눈물흘리면서도 어느새 다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너무 흔한 말로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 드라마의 엔딩은 한국사회와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기준과 서준의 반 선생이 한 말이 맞다. 이미 대학에 진학한 순간부터 한국사회에서는 한 인간에 대한 평가가 끝나고 만다. 어디 감히 고졸따위가. 어디 감히 전문대 나온 주제가. 그래서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도 가장 흔하게 듣게 되는 여론이 그러길래 학교 다닐 때 공부 더 열심히 하지 그랬느냐는 것이다. 공부 못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공부 안한 벌을 받는 것이다. 고졸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사소한 배려조차도 대학에 진학하려 노력한 자신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우주와 같이 자신을 찾으려 조금 멀리 돌아갈 수 있는 것도 미국과 같이 실패가 허용되는 사회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이미 놓여져 있는 꽃길만을 따라가기보자 자기만의 길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쫓아 성공하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공하기를 선호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시행착오는 그저 경험으로 여겨준다. 젊은 시절 마약을 하고 방탕하게 살았어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대통령까지 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한국사회도 그런가. 신규창업도 어렵고, 창업해서 살아남기는 더 어려우며, 자칫 실패라도 하면 그 후환을 감당할 수 없다. 가장 안전한 것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며, 그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기성세대가 정해 놓은 명문대라는 타이틀이다. 그래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고 우주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직 포기하지 않은 서준과 기준 예서는 가능성 있을지 모르겠다. 어째서 많은 부모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오히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김주영같은 입시코디네이터를 더 찾고 있는가.
무책임하다. 하긴 그래서 드라마다. 어쩌면 이후의 내용은 죽은 혜나의 꿈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죽어가는 혜나가 마지막에 보았던 환상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었으면. 모두가 이렇게 행복하게 웃으며 살 수 있었으면.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힘들게 고통스럽게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차피 그들은 부모가 대학교수이지 않은가. 더구나 조부모까지 상당한 재산가인 경우도 있으니 허튼 짓만 하지 않으면 어지간해서 사는데 크게 어려움이 있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탈도 꿈꿀 수 있다. 그래서 굳이 멀리 돌아가는 용기도 내 볼 수 있다. 그리고 항상 성공하는 것은 그런 낙천과 긍정을 내면화한 이들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공에 지나치게 안달하지도 않는다. 혜나 역시 그들처럼 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기대한 것만큼 대단한 내용은 없었다. 그냥 보복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직접 위해를 가할 수 없으니 말로써 상처를 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양심을 이용해서 곽미향이 가지고 있는 혜나에 대한 죄책감을 들쑤신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곽미향에게 백신을 놓아준 꼴이 되고 말았다. 마음껏 후회하고 마음껏 괴로워하며 그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 인간은 결코 고통스러워하면서만 살 수는 없다. 팔다리가 잘려도 어느 순간 고통이 사라지는 때가 온다. 그를 위한 과정이다. 화해하고 용서하며 자신의 마음에 길을 만든다. 그리고 모두는 그 과정에서 행복해질 수 있었다. 다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은 새로운 스카이캐슬의 입주자의 말과 행동이 보여준다. 현실은 언제나 그들의 사정과 다르게 그대로다.
그럴 수 있었으면. 그렇게 되었으면. 현실은 그러지 못하니까. 현실은 결코 그럴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꿈을 꾼다. 혜나의 꿈인지 곽미향의 꿈인지 아니면 김주영의 꿈이었는지. 차교수는 어쩌면 출세보다 성공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에게 피라미드 꼭데기보다도 더 간절했던 것. 그래서 노승혜도 끝까지 차교수를 놓아 버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가 바라던 피라미드의 꼭데기도 결국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 꿈은 그렇게 허무로 흘러간다. 비판하는 시청자의 입장도 이해한다. 약속이 있어 일찍 자는 바람에 지금에서야 다 볼 수 있었다. 드라마의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