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진심이 닿다 - 권정록의 주머니에 손을 넣다

까칠부 2019. 2. 22. 06:49

감질... 감질... 감질...

 

진짜 뻔한데. 진짜 흔한데.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들 뿐인데. 고작 남자 주머니에 손 넣는 게 이제와 그리 새로울 리 있을까? 하지만 인류라는 종이 세상에 나타나고 수없이 사랑했을 터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하고 있다.

 

꼭 한 걸음도 아닌 반 걸음 씩. 그것도 뗄 듯 말 듯 한참을 망설이며 주저거리다 겨우 앞으로 내딛는다. 밀당을 잘한다. 한 번에 이루어지는 건 재미가 없다. 하필 두 사람 다 연애초보라서. 제대로 사랑다운 사랑 한 번 해 보지 못한 생초짜들이라. 소년소녀의 그것과 다른 다 자란 어른들의 어울리지 않는 풋내가 그래서 새롭고 시니하고 안달나고 감질나게 만든다. 아직도 거기인가.

 

어찌해야 할 지 모르기에 두렵고, 어떻게 나올 지 모르기에 망설익이고, 그러면서도 다가가야 하기에 한 걸음 내딛으면, 그러나 지레 겁먹고 다시 한 걸음 물러선다. 그러면서도 어른들의 사랑이라 그 무게와 의미가 또한 남다르기도 하다. 변호사이고 한 물 갔다지만 인기연예인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괜한 허세에, 도저히 감출 수 없는 간절한 진심에, 그럼에도 애써 변명하고 마는 어설픈 순진함까지.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어딘가는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직 소년과 소녀의 순수를 간직한 덜 자란 듯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이 드라마에서 남자와 여자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캐릭터는 그대로 주인공의 성별반 바꿔 놓았으면 그것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단 하나 아쉬운 점이다. 특히 오윤서의 캐릭터는 배우 유인나의 매력까지 더해지며 너무나 좋기만 한데, 그럼에도 남녀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부터 너무 진부하다. 전형적이다.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래서 아쉽다. 채로 걸러도 남는 것이 없을 것 같은 그런 투명함이 좋기도 하지만 때로 심심하기도 하다.

 

자작하는 권정록의 소주잔을 살짝 건드리는 오윤서의 손가락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권정록은 오윤서의 변명에도 그녀의 손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넣는다. 사랑에 빠진 더욱 사랑스러운 오윤서의 표정이 귀엽다. 사랑에 빠진 줄도 모르는 권정록의 표정도 그때는 귀여워진다. 사랑에 빠지면 모두 귀여워지는 모양이다. 분위기가 그리 만드는 건지. 진짜 귀여워지는 것인지.

 

그냥 웃으며 아무 생각 없이 본다. 코미디란 웃음이다. 로맨스란 행복이다. 웃으며 행복해지는 이야기다. 사건도 크기에 비해 너무 쉽게 간단히 풀리고 말았다. 드라마에 심각한 고비나 위기 같은 것은 없다. 드라마라도 수월할 수 있으니 좋다. 현실은 항상 쓸데없이 어렵고 복잡하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