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별책부록 - 서로에게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은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결국 드라마란 동화다. 기쁘든 슬프든 결국에 사람들이 보고 싶은 동화여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설사 불행으로 끝나더라도 사랑하는 당시는 행복해야 하는 것이다. 행복하게 끝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어쩌면 너무 뻔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에 없을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을 것이다. 결혼으로 경력이 단절된 돌싱녀가 회사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고 더 젊고 잘생긴 남자와 사랑도 이룬다. 그런 예가 과연 흔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그만큼 그 배경이 되는 출판사의 풍경이 섬세하게 상세하게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판타지이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자신도 저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만든다. 때로 부조리하고 때로 모순적이지만 그러나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직장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런 곳이기에 강단이도 자신의 새로운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안 팔리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내기 위해 팔리는 책을 더 많이 팔아야 한다. 사실 많은 출판업계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잘 팔리는 책 한 권으로 안 팔리는 책 여러 권을 찍는다. 잘 팔리는 책 한 권에서 난 이익으로 안 팔릴지 모르는 작가 여럿의 계약금을 지불한다. 사장이 속물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은 책을 좋아하고 책만드는 일을 사랑하기에 그렇지 않아도 출판불황의 시대에 더욱 악착같이 출판사를 지키는 경영자가 되려 한다. 알 팔리더라도 좋은 책이면 내고 싶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 어쩌면 강단이가 그만둔 작은 출판사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슴없이 사장의 멱살을 잡을 수 있는 창립멤버들의 존재가 어쩌면 사장 김재민을 지켜주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의지한 것은 바로 고유선 이사가 아니었을까.
어째서 차은호가 강병준을 보살피고 있었고, 강병준과 지서준 사이의 오해에서부터, 모든 갈등을 해소해주는 임종까지. 그리고 유언처럼 그리고 남겨진 유산처럼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서로에게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한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 줄 수는 있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되어 줄 수 있다. 그래서 사랑을 한다. 서로에게 소중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자신에게 더 소중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자신은 의미를 갖는다. 사람을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래서 이야기의 끝은 사랑이다.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뛰어가며 이야기는 끝맺는다. 그들은 그리고 서로 사랑하며 이후로도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다.
그냥 기분좋은 드라마였다. 제목 그대로 로맨스는 별책부록이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 한 권의 책을 사려 할 때 때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별책부록이기도 한 것이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때로 나머지 인생 전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더 많은 더 중요한 일상들이 모두에게 존재하지만 그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이 사랑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강단이와 차은호와 송해린과 지서준과 서영아와 고유선과 김재민과 박훈과 오지율이 그려내는 풍부한 일상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그들은 사랑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해진다. 마치 동화처럼. 그래서 드라마는 동화여야 한다. 즐겁다. 너무 짧은 느낌마저 받는다. 더 느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