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닿다 - 권정록의 외로운 싸움, 오진심의 차례가 오다
그냥 자기가 그러고 싶은 것 뿐이다. 오진심이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 싶은 것처럼 변호사로서 자신으로 인해 어쩌면 억울하게 누명을 썼을지 모르는 피의자를 위해 변호하고 싶은 것 뿐이다. 오진심의 간절한 바람을 위해 권정록이 뒤로 물러났듯 권정록의 외로운 싸움을 응원하며 오진심이 다가선다. 오진심을 더 많은 팬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모두의 적이 된 권정록의 곁을 지켜주기 위해서. 어찌되었든 세상에 단 한 사람 진심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자신의 편이었을 것이다.
홀로 외로움에 눈물흘리면서도 그래도 배우로서 활기를 찾은 오진심의 모습에 위로를 얻는다. 왜 굳이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가 궁금했었다. 권정록이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앞에는 건물 벽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에서 오진심이 출연한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진심을 위해 필요하다 여겼으니까.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겼으니까. 오진심 뿐만 아니라 오진심의 성공적인 복귀를 바라는 수많은 팬들이 있었다. 수많은 관계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스크린속 오진심의 모습을 지켜보며 권정록은 견딜 수 있었다. 이제 오진심의 차례가 돌아왔다. 권정록에게 거부당했다 생각하면서도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권정록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만의 사랑법이다. 모든 이들의 스타다. 오로지 자신의 양심과 진실만을 쫓으려는 외골수다. 그래서 모두를 위해 그 곁을 비워 주어야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을 위해 그 곁을 지켜주어야 한다. 권정록이 오진심을 위해 그녀를 떠나갔으니 이제 오진심이 권정록을 위해 그의 곁을 지켜야 한다. 그를 위한 장치다. 쉽게 끝나는 듯 보였던 살인사건은 그렇게 두 사람을 다시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변호사로서 지켜야 할 윤리마저 어겨가며, 세상의 모든 오해와 비난들마저 무릅쓰면서, 심지어 친구 김세원 앞에서 그에 대한 두려움마저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바로잡고, 혹시라도 다른 진실이 있다면 그를 밝혀내야 한다. 연진규 대표의 말처럼 진실이 무엇이든 권정록은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자신의 양심과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어느새 혼자가 되어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되었을 때 남몰레 남긴 오진심의 메시지가 그에게 닿는다. 가장 필요하고 가장 간절할 때 가장 소중한 사람의 응원을 받는다.
한 편으로 애절하고,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이렇게 공교로구나 모든 것이 그들을 위한 무대인 듯 싶다. 하긴 드라마다. 그래서 그들은 헤어지면서도 다시 만날 것을 알 수 있고, 당장은 외롭고 슬프고 괴로워도 언젠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도 계기는 극적이어야 한다. 마치 미뤄둔 숙제처럼 오래전 변호사와 비서로서 함께 해결했던 사건이 다시 두 사람 앞에 돌아온다.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정반대의 진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혼자서만의 싸움이 아니다. 이번에도 오진심이 함께해야 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의외로 오진심이 촬영중인 드라마에 대한 내용이 허술하게 지나가는 듯하다. 역시 케이블이라 공중파보다는 사전제작이 비중이 더 높은 것일까.
하여튼 단변이든 최변이든 엇갈리는 것은 답이 없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단념도 빠르다. 겨우 심장이 움직이기 시작할 쯤 단변은 새로운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역시 이 커플에게 진지한 사랑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다. 오진심이 배우로 돌아가고 남은 로펌 사람들의 일상도 전가 다름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하지만 한 번 맺은 인연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정록이든 오진심이든 서로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모두가 모인다. 로펌 식구들도 어쩌면 검사로서 김세원과 여름 또한. 그를 위한 무대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시 하나로 그들은 만나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을 마지막을 위해서.
아무튼 최근 법조게와 관련해서 끊이지 않는 이슈들에 대한 작가 나름의 일갈이었을지 모르겠다. 진정 자신들이 뱁을 배운 이유가 무엇인가. 법을 직업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인가? 더 큰 부인가? 더 높은 지위인가? 더 대단한 권력인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양심이다. 너무나 쉽게 법을 속이고 사람을 속이고 자신마저 속이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서. ㅡ럼에도 권정록은 외롭지 않다.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곁을 지켜줄 편이 있다. 다만 한 사람이라도 세상 모두와 바꿀 수 있는 한 사람이다. 그래서 판타지다. 모두가 바라는 단 한 사람일 터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