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 국회의원이나 사기꾼이나!
하긴 소재부터가 그렇다. 그러고보면 사기꾼이 정치인이 되어 승승장구하는 내용이 제법 있었던 것 같다. 어차피 사기꾼이나 정치인이나. 차라리 사기꾼이 정치인으로서 너 나을지 모른다.
김주명이 묻는다.
"너 누구냐?"
오히려 사기꾼이라는 양정국의 솔직한 대답에 표정이 흥미롭게 바뀐다.
어느새 협박은 사기로 바뀌고, 사기꾼은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 그런 서툰 사기에 넘어가고 만다. 김주명의 사소한 복수가 형사 김미영에게 박후자를 뒤쫓을 이유를 제공해 준다. 얽히고 섥히고 물고 물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기꾼은 드디어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하게 된다.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솔직하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아내 김미영은 형사고 남편 양정국은 사기꾼이다. 이제 김미영은 양정국과 같은 사기꾼을 붙잡아야 하고 양정국은 그런 김미영을 속이고 도망쳐야만 한다. 과연 정치는 그런 두 사람의 사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서로를 대하는 감정은 애절한데 주위가 온통 헤프닝에 모순투성이다.
하긴 어쩌면 정치란 미디어와 닮았는지 모르겠다. 현대의 정치라는 것 자체가 미디어 놀음이다. 그래서 매번 선거 때마다 바람이 불었었다.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가 대중을 현혹하며 항상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현실정치에 대한 실망이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꿔줄 초인을 기대하게 한다. 물론 그런 초인같은 건 현실에 없다. 초인을 연기하고 연출해 보여줄 뿐이다.
양정국이 서울대 출신인지 여부는 김주명이 그랬던 것처럼 조금만 진지하게 조사했어도 바로 나올 사실인 것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취재 않고 양정국이 한 말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다. 조금의 의심조차 없이 최소한의 사실취재 없이 그저 시청률만을 위해 단편적인 이미지만을 팔아먹는다. 사기꾼 양정국이 국민영웅이 되는 것이나 정치인이 되는 것이나 결국 누구의 책임일까? 누구의 잘못이 더 컸을까?
김민정의 너무나 능청스러운 사채업자 연기가 절로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한 편으로 무식한 구시대의 사채업자이면서 한 편으로 그래도 바뀐 현실에 적응한 잔인하지만 영리한 사업가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지난 정치의 관행들을 비웃는 듯하다. 박후자의 역할이다. 정치의 뒤에 도사린 자본권력의 역할이다. 가장 천박하고 탐욕스럽고 추악하기까지 한. 그런 사채업자 박후자가 국회의원을 필요로 한다.
차라리 모자른 것보다 코미디는 넘치는 것이 낫다. 때로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원래 코미디란 그런 것이니까. 첫째는 역시 웃긴다. 김미영의 싸움실력은 박후자마저 두렵게 만든다. 앞으로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