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프리즈너 - 의사 아닌 의사들, 매드 프리즈너
드디어 이재준이 등장하는 것인가. 하긴 재소자 32명이 조작된 질병으로 형집행정지를 받았다면 그저 나이제 한 사람 잡고 끝낼 문제는 아닐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까지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이미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한 바탕 세상이 뒤집어질 사안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교도소의 왕이라지만 선민식 혼자 그 모든 일을 감당할 능력이 될까? 그래서 이재준이 나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나이제가 허위진단서작성으로 피의자가 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 또한 이재준이었다는 것이다. 실행은 선민식이 했지만 배후에서 지시는 이재준이 했다. 선민식과의 대화가 그것을 말해준다. 5년 전 태강그룹 창업주의 친구이기도 한 전국회의원 정민재를 허위진단서로 저격한 것은 이재준이었다. 그 와중에 진단서에 서명했던 나이제까지 함께 쓸려가고 말았다. 결국 나이제가 처음부터 목표로 한 대상부터 이재준이었고, 그 이재준이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나이제와 맞서지 않으면 안된다. 그 첫걸음이 하필 막 진실의 끄트머리를 잡으려는 한소금 앞이었다.
아무튼 의사라 할 수 없는 인간들이었다. 선민식 뿐만 아니라 나이제까지. 허위진단서야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진단서를 허위로 써준다고 없는 병까지 만드는 것은 아닐 테니까. 김상춘에게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 인슐린을 과량투여한다. 김석우를 이용하기 위해서 형집행정지로 만들어준다며 간을 아예 못쓰게 망가뜨린다. 과거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가 죽은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심지어 교도소에서 자신의 의도를 거스르는 사람이 나타나자 그를 제압하는 방법으로 역시 약물을 사용한다. 제목이 잘못되었다. '닥터'가 아니라 그냥 '매드'다. 아무리 사람의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노는 이런 인간들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하고 있으니.
의학의 어두운 이면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더 고통스럽게 고문하고 죽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을 은밀하게 흔적없이 상처입히고 죽일 수 있을까. 독은 한 편으로 약이기도 하다. 의사의 실수 하나로 없는 병이 생기고 멀쩡한 사람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 무게가 선민식과 나이제라는 끔찍한 괴물이 되어 나타난다. 없는 병도 만들고 그 병으로 사람을 지배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일 것이다. 신계의 싸움을 보는 것 같다. 인간이란 이렇게 하찮고 무력한 존재인가.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된 불편함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주저없이 사람의 몸에 주사바늘을 꽂는 선민식과 나이제를 보면서. 어쩌면 현실의 의사들 가운데서도 저런 이들이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의사로서의 양심이란 것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결국 한소금마저 동생의 행방을 알기 위해 나이제를 묵인하고 그와 손을 잡기로 한다. 이익이란, 아니면 어떤 절박함이란 때로 양심과 신념보다 우선하지는 않을까.
권력과 결탁하고, 돈과 결탁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사정과 이유와 결탁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그리 변명하고는 한다. 정의같은 것이 아니다. 그냥 복수란 이름의 악의다. 멀쩡한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뻔한 얼굴들의 반복이라 좀 지루하기도 하다. 참 불편하게 하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