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자백 - 조기탁을 위한 변호,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가다

까칠부 2019. 4. 22. 12:27

그동안 알게 모르게 느껴오던 불편함이 바로 이것이었다. 변호사가 왜 수사를 하는가? 경찰이 왜 변호사와 함께 수사를 해야 하는가? 변호사는 변호만 하면 되지 않는가? 수사는 경찰인 기춘호가 하고 취재는 기자인 하유리가 하고 의사인 진여사가 돕고 그리고 변호사인 최도현은 변호를 통해 진실에 다가간다.


이제야 겨우 원래 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최도현이 조기탁의 변호를 맡는다. 조기탁의 변호를 맡는 대가로 조기탁이 가지고 있는 증거를 넘겨받는다. 그보다는 조기탁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조기탁과 관련한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 조금 더 냉정한, 그만큼 더 많은 더 소중한 것들까지 가차없이 내던질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마저 해보게 된다. 하긴 그런 드라마는 또 너무 흔할까?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디서 한 번은 본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최도현의 심장이 노선호의 심장일 것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바 있었다. 아니면 굳이 진여사가 최도현을 찾아와 그 주변을 맴돌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노선호도 교통사고로 즉사한 것이 아닌 뇌사한 것으로 설정되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확인사살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직 숨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러고보면 한종구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채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이다. 생각밖에 허술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어느새 한국사회의 시스템이 그런 완벽함을 허락하지 않을 수준에 와 있거나.


아무튼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을 흑막의 정체나 스케일이 현실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일 것이다. 아마 90년대 이후 세대들은 '소통령'이라 하면 못알아들을지 모르겠다. 김영삼이 대통령이던 당시 아들 김현철이 아버지를 배경으로 설치고 다니면서 붙은 별명이 소통령이었었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것 같은 그런 막장인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드라마의 박시강은 김현철의 별명과 최순실의 비선과 그리고 김학의의 일탈을 모두 하나로 뒤섞은 인물이라 보면 될 것이다. 최실장은 아마도 우병우와 김기춘의 합성이었을까. 하지만 그러면 대통령은? 보수의 부활이라 했으니 정권이 바뀌었다는 뜻일 텐데 전정권의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통령의 직접 개입이나 최소한 묵인 없이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그런데 그래봐야 워낙 지난 정권에서의 일들이 너무 컸어서.


이렇겠거니. 저렇겠거니. 그러고 나니 사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네. 그리 큰 일도 아니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큰일이다. 최도현은 아버지가 사형수가 되었고, 하유리는 아버지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일 수 있으며, 진여사는 명백히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이었다. 기춘호는 그냥 진실을 쫓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단서삼아 진실에 다가서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 꼬리에 닿은 것 같기는 한데 과연 의도한대로 그 실체까지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설화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 그 이름을 언급하며 황비서를 회유하며 협박한다. 박시강과 최실장의 유대는 생각보다 단단한 듯하다. 그러고보니 여성 로비스트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기는 하다. 아직도 회자되는 이름이다. 차세대 군사용 헬리콥터를 둘러싼 탐욕과 부정이 개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진실과 전혀 상관없이 그러나 서로 다른 곳에서 하나로 뒤엉킨다.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아마 그래서 현실이란 것일 게다.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무대가 자신들이 사는 현실의 위다.


과연 자식을 살해한 범인을 변호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심장의 주인을 살해한 범인을 위해서 변호할 수 있을 것인가. 의사로서 환자라면 누구라도 치료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래서 인간이라는 것이다. 답은 벌써 나와 있다. 다만 그 답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그래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