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뱅커 - 기업의 책임, 은행의 책임, 사유와 수단화
원래 많은 국책은행들이 기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었다. 아니 최초의 은행부터 큰 자본을 필요로 하는 상인들에게 자본을 대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은행 역시 이자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 그저 선의로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은행이 존재하는 이유다. 은행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그토록 저축하라고 정부에서는 홍보하고 광고도 하고 했었던 것이다.
사유화란 그런 것이다. 사유화하는 순간 모든 것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한다. 물론 기업이란 목적이 아닌 수단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공적인 수단은 그 자체로 목적성을 가지게 된다. 기업에 목을 매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기업과 이어진 수많은 다른 기업과 기업 주변의 수많은 관계자들이 있다. 그를 위해서도 기업은 지켜져야 하고 이익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을 소유한 개인, 혹은 집단의 이익에 따라 그런 기업의 목적마저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 손실을 강요당하고, 실적을 내지 못해서 노동자의 지위까지 불안해진다. 자칫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자리에서 내쫓길 수도 있다.
그러고보면 경영자가 경영을 못해서 기업이 어려워졌는데 항상 그 피해를 보는 것은 노동자들이었을 것이다. 기업의 실적이 안좋다며 임금을 깎이고, 구조조정을 당하고, 그러고서도 오히려 기업이 어려워진 책임까지 덮어씌우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자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서다. 노동자들의 잘못으로 경영자와 국가와 심지어 국민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역시 단지 기업에 종속된, 그 기업을 소유한 사용자의 수단이자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노동자들의 반란을 최소화할까 노동자를 이간질시키고 반목시킬 계획부터 세우는 가 냉정함에서 그 전말이 드러난다.
그래도 자신이 속한 기업을 살리려 최선을 다하는 노동자들과 그런 노동자들의 노력을 사용자의 사적 목적을 위해 철저히 묵살하는 경영진이 대비된다. 대한은행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자들은 항상 성실하게 자신이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경영진의 목적이 때로 그것을 아무 가치도 없는, 오히려 회사에 해가 되는, 사회적으로 해악인 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기업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은행이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누구보다 은행을 위하는 듯한 강삼구 회장이기에 그 물음은 더 의미있는지 모른다. 은행을 위한다지만 진정 강삼구 회장에게 은행이란 어떤 의미인가.
은행원이기에. 은행가이기에. 은행의 책임을 누구보다 크고 무겁게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에. 여전히 기업은 사용자 개인의 소유다. 사용자 개인의 목적을 위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사용자의 권리라 여긴다. 언론도 대중도 그리 여기고 그리 주장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사용자의 권리에 대해 관여하거나 개입하려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런 것이 과연 자본주의이기는 한 것인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조작하는 모습이 어느 이름을 알만한 대기업의 경우를 떠올리게 만든다. 어느 누구의 이익도 아닌, 오히려 기업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에게 큰 손실까지 입혔던 사건이었다. 진정 기업을 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 은행으로서 자신들이 가져야 할 책임이란 어떤 것인가. 하지만 강삼구 회장의 의도가 그마저 덮어 버린다. 이마저 노대호는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