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 무심한 산재재심위원회와 전보된 조진갑, 적나라한 현실
그냥 참으면 똥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다음에는. 그러나 지금 당장 어디선가는 상처입고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억울해서 차라리 자기가 죄인인 것 같은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라 있는 것이 바로 근로감독관일 것이다. 법으로 안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법으로 되는 것까지 눈감고 귀막지 말라고. 하지만 당장 자신들부터 그저 월급쟁이에 지나지 않으니까.
너무 쉽게 풀려나온다. 오히려 징계성 전보조치를 받는 것은 조진갑 자신이었다. 조진갑에게 진실을 전하려 한 내부고발자는 끝내 해직되고 공사장에서 목숨까지 읺었다. 그것도 다름아닌 법에 의해서. 법을 지키고 집행해야 할 공무원 조직에 의해서. 그들로부터 지켜지지 못하고 끝내 버림받고 말았다. 그래서 조진갑은 반영웅인 것이다. 공무원으로서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로지 개인플레이로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마저도 진짜 현실의 힘 앞에서는 그저 무력하기만 하다.
산업재해와 보상여부에 대해 다시 심사받는 사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의 모습은 어쩌면 한국사회의 노동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위원들의 자격요건도 휘황하다. 3급 이상 공무원에, 판사, 검사, 변호사, 경력있는 노무사, 여기에 부교수 이상의 신분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현실의 노동자들과 전혀 상관없는 말 그대로 잘나가는 높으신 분들이란 것이다. 자기 일이 아니다. 아니 그냥 자기와 상관없는 정도가 아니다.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할만한 이들이니 성공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가난한 노동자들의 추레한 현실이 얼마나 한심하게 여겨졌겠는가. 눈물겨운 간절한 하소연에도 전혀 듣는 기색조차 없이 시간이 되니 약속이 있다며 바로 퇴근부터 한다. 당장 언론부터 기자들 자신도 분명 노동자일 텐데 노동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기사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회사 사장들과 술먹고 국회의원들과 밥먹으니 자신은 그런 하찮은 노동자들과 다른 처지의 사람이다.
한 편으로 조진갑의 활약에 통쾌하면서 조진갑 한 사람의 어쩌면 자기희생적인 활약에만 기대야 하는 현실이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가족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안위마저 돌보지 않으면서, 오히려 합법과 불법의 경계까지 넘나들며 진실을 밝히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한다. 그러면서 그로 인한 모든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한다. 어째서 공무원들은 그토록 복지부동인가.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노동자를 외면하는가. 당장 같은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할 현장의 노동자들 역시 현실을 이유로 사용자의 편에 서기도 하다. 조진갑은 소수고 그러므로 이질적인 어쩌면 사회의 악일 수 있다. 모두가 괜찮다는데 괜히 들쑤셔서 괜한 피해자만 만들고 만다.
이번에는 최서라다. 양태수같은 얼치기가 아닌 명성그룹을 지배하는 최고경영자다. 인맥부터 다르다. 바로 입에서 노동부장관의 이름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조진갑은 전보당하고 만다. 과연 저 최서라마저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아무도 믿지 않는 진실과 법의 이름으로 그를 단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도 믿는 것은 드라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은 어림도 없다. 드라마를 보는 내가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