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강연료와 BTS의 이니시계, 알릴레오 탁현민편을 보면서
오늘 새벽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듣다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다. 지출내역이 모두 감시되고 있기에 정부의 행사에 연예인을 부르면서도 출연료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 심지어 BTS는 항공료도 감당하지 못해서 이니시계로 때워야 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김제동의 강연료 가지고도 이리 시끄러웠다는 것이다.
결국 비슷한 맥락이다. 대개 성공한 사람들의 마인드란 그렇다. 더구나 한국사회가 강조한 그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한 경우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연예인이란 자기들 공부 열심히 할 때 춤추고 노래하며 인생을 허비하던 것들이다. 당연히 남들 열심히 공부하며 노력하는 동안 되도 않는 딴따라짓 한다며 시간만 낭비하던 것들이다. 고작 남들 웃기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전부인 연예인들에 그만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물며 세금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김제동의 강연료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그것이다. 김제동이 뭐라고 그만한 강연료를 지불하는가. 아무리 유명인이고 인기연예인이라고 세금으로 그만한 출연료를 지불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그러면 김제동만 못한 연예인이라면 어떨까. 김제동보다 살짝 더 유명하고 더 인기많은 연예인이라면 또 어떨까. 비단 김제동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해서 행사를 하면서 연예인을 부르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스타들이 정부의 행사에 출연하거나 할 때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나 지지여부에 따라 자원봉사 차원에서 최소한의 비용조차 받지 않고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연예인 자신이 자발적으로 그러는 것이지 정부가 그것을 요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이다. 그것이 자본주의다. 그만한 돈을 받는 인기연예인이 되기 위해 연예인들도, 그리고 연예인을 관리하는 소속사에서도 그동안 많은 노력과 위험부담까지 감수했다는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자체가 성공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한때 무명연예인이었다는 사실이 다른 일을 하는데 전혀 경력도 스펙도 되지 못한다. 수많은 스타지망생 가운데 성공한 소수가 되기 위해 그동안 노심초사하며 노력한 시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를 존중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도 최소한 방탄소년단을 섭외하려면 항공료 2억 정도는 준비하고 찾아갔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 대통령의 외교를 위해 방탄소년단이 필요했고, 방탄소년단을 출연시킬 필요가 있었다면 기본적인 예산 정도는 맞추고 그런 다음에 방탄소년단의 선의에 기댔어야 하는 것이다. 그 정도 돈도 없으면서 사정하듯 출연을 요청한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가수 누구의 출연료가 얼마고, 연예인 누구의 강연료가 얼마고, 원래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에 시장에서 그만한 가격이 매겨진 것일 텐데.
정치인이나 권력의 주변에 있는 이들과는 또 전혀 다른 경우인 것이다. 연예인 가운데 국회의원이나 장관까지 역임한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지불하는 출연료나 강연료란 그냥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격이라고만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권력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닌 단지 연예인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지향을 이유로 그가 받는 돈까지 문제삼는다. 자본주의 사회이기는 한 것인가.
하여튼 뭐 저런 뻔뻔한 소리를 저리 당연하게 하는가 싶다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겠거니 납득하게 되는 과정이 우스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터무니없는 조건에도 기꺼이 정부를 위해 돈과 시간마저 양보하고 출연해 준 연예인들의 선의에 감사할 따름이다. 결국 그로 인해 아낀 것이 내 세금이고 그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면 이익을 보는 것도 나 자신일 테니까. 방탄소년단이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조차 모르는 나이지만 그렇게 신세를 진다. 그래서 스타란 것일 게다. 그렇게 서로에게 빚을 지면서 살아가기에 공동체인 것이다.
과연 김제동의 강연이 그만한 비싼 값을 치를만한 가치가 있는가. 누가 판단하는가. 시장이 판단한다. 김제동이 그만한 가치가 없다 여긴다면 단 돈 10만원에도 그를 부르고자 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김제동의 이름만으로 행사를 찾고 강연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생긴다. 어쩌면 받아쓰는 언론이 더 병신일 것이다.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