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2 - 범인의 말을 듣기 위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MBC의 큰 착각이 시간대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첫째 재미가 없었고, 둘째 그동안 잃어온 신뢰를 회복하기에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재미만 있으면 보지 않는다. 최근 케이블 드라마 어떤 것보다 MBC의 '검법남녀2'가 가장 재미있다. 드라마는 요즘 딱 두 개 본다. '검법남녀2'와 '녹두꽃'. 잘만들면 본다. 재미있으면 본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너무 쉽게 잊는다.
정말 재미있어지려는 순간이었다. 소름마저 돋았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상식을 뒤집는다. 피해자가 아니다. 사인을 밝히고 범인과 수법을 특정하기 위한 부검이 아니다. 하긴 시신으로라도 말해야 하는 것은 피해자만이 아니다. 정확히 듣기 위해서다. 더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된 가해자로부터 그 범행에 대해 듣기 위해서. 당장 위험한 상황일지 모르는 유괴된 아이를 찾기 위해서. 하지만 잔혹하다. 너무 냉정하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끊냐? 그래도 부검은 시작하게 해주지.
그냥 원한관계로 인한 유괴곘거니. 예고편을 봤음에도 어떻게 은솔이나 도지한이 나서서 범인을 특정하고 쫓을 수 있겠지. 아마 백범이 부검을 한다면 그 과정에서 단서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범인의 치밀한 수법에 수사관들의 대비가 철저히 무력화되며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 강동식의 총이 범인을 겨누고, 다시 일어난 범인이 발을 끌며 달아나다가 트럭에 치였을 때는 비명마저 터져나왔다. 범인이 이대로 죽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이유같은 건 나중에 백범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와 상관없이 그저 범인이 사고를 당하는 순간 이제는 어쩌는가. 어떻게 아이를 찾을 수 있겠는가.
쉽지 않은 수술과 다급한 상황들, 그리고 피해자의 주변인들인 수사관과 법의관들의 당황과 혼란, 그런 가운데 다시 백범이 나서게 된다. 아마도 범인의 수술을 집고한 장철이 극단의 수단을 사용해서까지 들었을 한 마디와 그리고 범인의 행적을 쫓아 범인이 숨겨놓은 아이를 찾으려는 백범의 노력이 서로 겹친다. 다행스럽기는 한데 과연 어떻게 범인의 시신으로부터 그 단서들을 찾아낼 것인가. 과연 범인으로부터 밝혀낼 다른 진실은 없을 것인가. 그냥 단순히 돈을 노린 유괴였을까.
남이 아니기에. 전혀 모르는 타인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혼란은 전염된다. 당혹과 공포가 전염된다. 그래서 사실 중간에 조금은 짜증났었다. 결국에 시청자일 뿐 그들의 주변에 있지 않았기에. 드라마와 나 자신의 거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마저 휘몰아 드라마로 빨아들이고 백범의 한 마디에 카타르시스마저 느낀다. 진짜 살인을 저지르면 못막을 인간은 닥터K가 아니라 백범이 아닐까. 그 집요함과 냉정함이 차라리 법의관으로서만 발휘된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닥터K 장철이 가진 과거의 상처란 또 어떤 것일까.
오만상이 도망치는 모습이 통쾌함마저 느끼게 만든다. 불쌍할 정도다. 차라리 순순히 자수해서 감옥에 가면 부모의 돈과 권력을 등에 업고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숨고 도망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런 비참함 속에서도 잡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것이 더 안쓰럽기까지 하다. 범죄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 아직까지. 일단은 작가부터 욕한다. 한 주를 또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