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2 - 살아있는 뱀독과의 차이, 마침내 진실의 틈을 비집다
세균배양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치고 말았다. 먼저 뱀장수를 찾아가서 살아있는 뱀독을 얻고자 하는 장면에서 어느 정도 눈치는 챘었다. 뱀이 되어야 한다. 피해자가 뱀에 물려 사망했다면 스스로 뱀이 되어야지만 어떻게 물었고 사망에 이르게 했는가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이미 뱀독에 의한 사고사가 아닌 살인이라는 확신까지 가지고 있던 상황 아니던가. 무엇으로 어떻게 피해자를 죽이고 위장했던 것일까?
결국 추출해서 정제한 뱀독과 살아있는 뱀독과의 차이일 것이다. 정확하게 뱀독의 성분만을 추출한 것과 살아있는 뱀에게서 채취한 뱀독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여러가지 이유로 특정 성분만 남긴 정제된 뱀독에 비해 살아있는 뱀독은 여러 다양한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세균은 독이 없는 다른 생물들에서도 상대의 상처를 감염시켜 죽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기도 했다. 당장 사람이 물거나 할퀴어도 이와 손톱의 세균이 상처를 감염시켜 덧나거나 심지어 감염에 이르게 한다. 당연히 진짜 살아있는 뱀에게 물렸다면 상처에서도 뱀의 그것과 같은 종류의 세균들이 발견되어야 한다. 갈대철의 방해에도 겨우 확보한 박영수의 시신조직이 하필 뱀에게 물린 부위였다는 것이 또하나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 준다.
사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드라마니까 어떻게든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 믿으면서도 과연 되겠는가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의사로서는 물론 법의학에까지 해박한 범인이 아예 작정하고 조작한 시체라는 것이다. 실제 뱀의 독을 사용했고 철저히 뱀에게 물려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있었다. 뱀독이 전문이 아닌, 아니 아예 경험조차 없는 백범이 그런데도 그 수많은 함정과 장애물을 해치고 과연 닥터K 장철이 숨겨놓은 진실에 닿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어딘가는 단서가 있었고 그 작은 틈을 마침내 백범은 비집고 들어가 그 진실에 다가서고 만다. 놀라운 반전이면서도 끝내 납득하게 만든다는 점이 무서운 것이다. 백범의 집요함에 감탄하면서 한 편으로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철저한 작가의 구상과 역량에 또한 감탄하고 만다.
물뽕의 흔적을 찾아내려는 샐리의 시도도 마침내 백범의 조언으로 그 돌파구를 찾는다. 너무 백범에게 몰아주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집착하지 않기에 시야도 더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프로기사보다 아마추어 훈수꾼이 더 수를 잘보는 경우가 있는 것과 같다. 자기 일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냉정해지고 객관적이 된다. 그리고 샐리는 그 조언을 바로 받아들여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찾는다. 하필 그 순간 피해자가 가해자의 변호사의 협박에 넘어가 방송에 출연해서 모든 사실을 부정하고 고소까지 취하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긴장감을 더한다. 이대로 사건은 가해자의 의도대로 오로지 피해자의 무고로 묻히고 마는 것일까.
갈대철이 도지한을 상대로 함정을 파고, 은솔이 맡은 마약강간사건은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오히려 가해자의 의도대로 휘둘리는 상황에 도저히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진실의 벽을 마침내 국과수 수사관들이 허물고 만다. 아주 작은 틈을 찾아서 그것을 비집고 헤집고 부수어 마침내 그토록 감추고자 했던 진실들을 찾아내고 만다. 갈대철은 시신을 빼앗아가고, 도지한은 닥터K에게 습격을 당하고, 피해자는 방송에서 피해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부정한다. 늦어서 생긴 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될 수 있으면 지금 반드시 진실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저 검사를 하고 조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졸이며 볼 수 있구나. 긴장하며 통쾌함을 느낄 수 있구나. 그야말로 쪼는 맛이란 것일 게다. 상대편 패가 뻔히 보이는데 정작 나의 패가 보이지 않으니 베팅도 레이스도 그렇다고 바로 죽을 수도 없다. 과연 이런 맛인가.
그나마 예고편이 강간피해자의 방송출연으로 다급해진 마음을 달래준다. 자칫 실망으로 절망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을 그래도 끝나지 않았구나 마음놓을 수 있게 해준다. 아니 어쩌면 강간사건은 아닐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도지한 역시 다시 한 번 박영수의 죽음과 그 배후에 도사린 성진을 수사할 기회를 얻게 된다. 박영수 세무관은 살해당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벌써 갈대철과 노한신의 정체마저 눈치챈 듯 보인다. 은솔조차 도지한의 말에 바로 성진을 떠올린다.
상대의 수는 파악했고, 다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도지한은 닥터K의 습격을 받아 그의 수중에 떨어진 듯 보이지만 백범 등은 한걸음 더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은솔은 나름대로 셀리가 찾아낸 증거를 토대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려는 듯하다. 가장 자신감이 넘칠 때, 가장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을 때, 그러나 진실은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찾아내고자 하는 집요함이 아직 남아 있는 한. 한 주가 길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