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탐정 - 관심없는 자기들끼리 이야기에 취해버린 지겨움

까칠부 2019. 7. 25. 07:10

마치 관객은 보지 않고 자기들끼리 이야기에 도취되어 버린 코미디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비슷하다면 소재와 주제 면에서 얼마전 종영한 '조장풍'이나 지금 방영중인 '검법남녀'와도 한 카테고리 안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환경을 주제로 하고, 의학적진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 집단이 사용자의 방해를 뚫고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하지만 왜일까? 도무지 단 10분도 제대로 집중하며 보기 힘든 이유란 것은?

 

당장 죽은 정하랑의 발인만 하더라도 그렇다.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같은 것은 어머니의 지독한 자기연민으로 인해 녹아버린 지 오래다. 그저 자기를, 자기 자식을 불쌍하게 여겨달라. 연민하고 동정해 달라. 하지만 깊은 감정을 느끼기에는 채 제대로 이입하기도 전에 죽어버린 뒤란 것이다. 차라리 어떤 반전같은 것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나마 가지고 있던 연민과 동정마저 한계에 이를만큼 어머니의 오열은 길기만 했다. 남의 일로 함께 울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실제가 아닌 허구의 죽음이라면. 그마저 발인을 끝내고 돌아서는 주인공들의 대사란 부검을 할 수 없어 안타깝다는 한 마디 뿐이었다.

 

하긴 그마저도 이어지는 UDC 내부의 소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정작 궁금한 것은 그런 게 아닌데 도중은과 허민기 사이에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갈등과 다툼으로 대부분 내용을 허비하고 있었다. 허민기 개인의 이야기가 오히려 피해를 입은 노동자의 이야기보다 더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었다. 진짜 드라마의 주제는 UDC 요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다. 마치 시트콤처럼 단지 산업재해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이야기란 그를 위한 장치, 혹은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산만하고 소란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래서다. 한창 검시로 진지해야 하는데 백범이 샐리처럼 다른 법의관들과 시답잖은 농담이나 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물고기를 검사할 때나 허락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간을 UDC 요원들은 그러고 보내고 있었다. 그것이 진짜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인 것처럼.

 

기껏 공연을 보러 공연장에 갔는데 정작 무대의 연기자들이 연기는 않고 자기들끼리 잡담만 주고받고 있다 생각해 보라. 포스터에 쓰여진 주제와 상관없는 잡담만으로 한참의 시간을 채우고 있다 상상해 보라. 어느 순간 그나마 있던 흥미와 기대마저 차게 식어버린 이유였다. 무엇보다 지겹다. 보고 있는 시간이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다.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낫겠다. 세상에 재미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으니. 그래도 공중파일 텐데도. 요즘은 케이블도 딱히 관심을 끄는 드라마가 몇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아깝다. 잠시 느꼈던 감정마저 아깝기만 했다. 나에게 화가 난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