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2 - 시즌3를 위한 숙제, 그리고 묘한 리얼리티
아마 전현직 검사들에게 자문을 받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나 역시 보면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갈대철같은 검사가 출세해야 하는 것이다. 승승장구해서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도지한같은 검사는 일찌감치 그만두고 변호사배지 달고 사회운동이나 하는 것이 옳다. 그야말로 사필귀정 아닌가. 성공할 사람이 성공하고 떠날 사람이 떠난다.
보는 내내 답답하기는 했지만 원래 현실이 그렇다는 것에 그냥 납득하게 되었다. 언제부터 검찰이 정의로웠다고. 검사가 정의로웠다고. 세상은 그렇게 불의한 자가 승리하고 정의로운 이들이 처참히 짓밟히며 지금까지 흘러왔었다. 악이 한 길을 자라는 동안 도는 겨우 한 뼘 자란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너무 당연해서 이제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드라마였으니까. 드라마에서라도 승리하기를 바랐으니까. 결국 시즌3를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갈대철과 오만상 둘 다 버리거나 안고 다음 시즌까지 갈 수는 없다.
시즌1에서는 시즌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어떻게도 좋은 결말로 끝맺고 있었다. 오만상이 실제 죽었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은 말 그대로 열린 결말이었다. 하지만 시즌2는 다르다. 시즌3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시즌1부터 이어진 오만상을 일단락짓고 갈대철이란 새로운 숙제를 남긴다. 아마 닥터K역시 이대로 완전히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사로서는 변변치 않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함과 집요함이 어떤 식으로 동부지검의 은솔과 국과수의 백범의 앞을 막고 그들을 곤란케 할 것인가. 은솔과 백범은 어떤 방법으로 갈대철의 실체를 밝히고 그를 몰락케 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도지한도 검사를 그만두었다고 갈대철과의 싸움을 영영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를 위해 단서까지 여럿 남겨두었다. 당장 세상에 알린다고 달라질 것은 거의 없을 테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음의 싸움을 위한 숨겨둔 무기가 된다. 다만 갈대철이 굳이 자기가 살인을 저지른 증걸르 책상서랍에 보관해두고 있는 장면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만한 주사기 하나 아무데나 갖다 버려도 일부러 의식하고 감시하지 않는 한 찾기도 어렵다. 어쨌거나 나머지 조각들이 필요하다. 시즌2에서 념겨준 단서들을 완성시킨 퍼즐의 나머지 조각들이다. 그리고 갈대철을 넘게 되면 그다음은 노한신이거나 아니면 성진일 것인가?
다만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럼에도 갈대철이 위험해지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보기 힘들지 않을까. 검사 출신들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관대함을 생각한다면 설사 갈대철이 실제 살인을 저질렀어도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어쩌면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른 갈대철을 상대로 나머지가 발버둥치는 이야기로 흐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까지 들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니까. 맛있는 건 나중에. 당장은 좀 기분나쁘고 답답하더라도.
근래 드문 수사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말 그대로 수사드라마였을 것이다. 검찰과 법의관이 팀을 이루어 감춰진 진실을 찾고 마침내 가려져 있던 범인까지 잡아낸다. 단순히 부검을 하고 시료를 검사하는 장면만으로도 스릴러로서 충분한 긴박감을 느끼게 한다. 찾을 수 있을까? 밝힐 수 있을까? 마침내 실낱같은 단서를 쫓아 밝혀낸 진실에 환호마저 지르게 만든다. 시즌3를 벌써 기다리게 된다. 말이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