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운동

운동과 뇌의 성장, 더욱 운동해야만 하는 이유

까칠부 2019. 8. 24. 19:35

실제 사람의 뇌는 어느 때 많이 쓰일까? 수학문제를 풀 때? 어려운 철학책을 이해하고 있을 때? 아니면 지금처럼 되도 않는 글을 있는대로 머리를 굴려 쓰고 있으면 뇌는 열심히 일하는 것일까?


가장 흥히 쓰이는 예일 것이다. 해삼은 이동을 멈추고 한 곳에 정착하게 되면 가장 먼저 자기 뇌부터 소화시켜 버린다. 원래 해삼에 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동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 뇌를 소화시켜 없어진 것이다. 결국 뇌가 가장 필요하고 많이 쓰이는 것은 생물의 움직임이다.


이를테면 곤충의 경우는 뇌라고도 말하지만 달리 신경절이라 부르는 경우도 많다. 신경이 모인 것이다. 신경이 한 곳에 모여 전체 신경의 반응과 작용을 통제하는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고 분석해서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각 신경에 지시한다. 바로 뇌의 기능이다.


사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로봇공학자들이 단순히 이족보행만 하는 로봇을 만들려 해도 고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닌다, 오히려 그보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이 그 하드웨어을 적절하게 제어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로봇이 움직이는데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구동되어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연산력이 뛰어난 컴퓨터 시스템을 갖춰야만 한다.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연구자가 고도의 시스템을 만들어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장애물을 어떻게 넘어야 할 지 판단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 이족보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바로 그 역할을 인간의 뇌가 담당하는 것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는 동작은 얼핏 단순하지만 그 짧은 동안에도 인간의 뇌는 어떤 동작으로 어떻게 공을 던져야 목표한 곳에 목표한 궤적을 그리며 공이 이동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계산해야만 한다. 다리를 들어올려 몸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그 중심의 이동을 팔의 회전력에 더해 최대한 손끝까지 전달하며, 자신이 목적한 궤적을 그릴 최적의 순간에 손끝을 놓아 공을 앞으로 나가게 만든다. 야구란 스포츠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창을 던지고 돌을 던지며 인간이 숱하게 반복해 온 동작이었다. 그런데 과연 뇌의 연산력이 없었다면 이런 동작들이 가능했을까?


원래 머리가 나쁘면 운동도 하지 못한다. 아니 운동을 잘한다는 자체가 그만큼 자신의 몸을, 더구나 다른 사람보다 더 운동능력이 뛰어난 자신의 움직임을 뇌가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다리를 이만큼 움직이면 몸은 이만큼 움직인다. 다리를 여기서 힘껏 이런 식으로 내뻗으면 그만큼 더 빨리 몸은 앞으로 나가게 된다. 빠르게 앞으로 움직이다가 옆으로 방향전환을 하기도 한다. 장애물을 만나면 그것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산처럼 불규칙한 지형에서 그에 맞게 자세를 유지하며 발목과 무릎의 움직임을 조절하기도 한다. 사람이 어려서 수도 없이 넘어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게 수도 없이 넘어지며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를 뇌는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그리고 함수처럼 입력된 정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필요한 동작을 취하게 된다. 그런 모든 과정들을 컴퓨터로 대신한다고 생각해 보라. 컴퓨터와 로봇이 그렇게 발달해 있음에도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로봇은 아직 개발중인 이유인 것이다.


그러면 그런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아니 내 나이에 맞게 말하자면 뇌가 더이상 기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장 무엇부터 해야만 하겠는가. 나이를 먹으면 근육은 물론 뇌까지 함께 수축하게 된다. 나이를 먹고 신진대사가 떨어지며 몸의 움직임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해삼처럼 뇌의 기능이 약해지며 뇌의 크기까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노인시설 등에서 노인들에게 굳이 손을 많이 쓰는 놀이나 운동을 권장하는 이유인 것이다. 뇌의 기능이 약해지면 운동능력도 약해지고 결국 신체적으로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뇌의 건강이 곧 육체의 건강이다.


즉 머리가 좋아지게 만들겠다고 괜히 어려서부터 머리를 많이 쓴다 여기는 학습과 연산에 노력을 쏟아부어봐야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영어나 수학은 운동보다 더 쉬울 수 있다. 아직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여 움직이는 훈련을 마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그냥 주어진대로 외우고 풀면 되는 영어와 수학 쪽이 뇌의 입장에서 더 단순하게 여겨질 수 있다.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달리며, 때로 아슬아슬한 난간 위를 걸어보고, 전봇대 위에도 팔과 다리를 놀려 올라가 보기도 한다. 앞서 예로 든 것처럼 공을 던지고 치고 차고 달리면서 그 모든 상황들을 몸을 통해 신경으로 뇌로 전달해 저장한다. 그 과정에서 뇌는 더욱 크게 더욱 정교하게 치밀하게 성장해 간다.


선진국들에서 영재교육을 하며 체육활동을 장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히려 많은 선진국에서 엘리트라면 상당한 운동능력까지 겸비한 경우가 많다. 실제 몸을 움직여 운동도 하고, 혹은 음악이나 미술 등의 뇌의 다른 부분을 활용한 활동을 통해 뇌의 사용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그런 점에서 사교육 가운데 예체능과 관련한 것들을 일방적인 주입식만 아니면 권장할 만하다. 다만 그마저도 외우는 식으로 공부하듯 시킨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뇌는 아직 더 다양한 경험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오로지 일방통행만 이루어진다.


지금 내가 가장 후회하는 부분일 것이다. 어려서 너무 책읽는 것이 좋아 운동을 꺼려했었다. 운동을 꺼려하다 보니 남들보다 못하게 되어 더욱 할 동기와 의욕을 잃었었다. 소설에서처럼 다시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운동부터 해야겠다 결심하게 되는 이유다. 그런 사실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그렇게 일깨워주는 사람도 없었다. 너는 원래 체력이 약하고 운동능력도 부족하다. 그러니 머리 쓰는 공부만 하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당시 내게 필요한 것은 그런 더욱 활발한 신체활동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어릴 적 몸을 많이 쓰며 놀았던 것 같다. 위에 언급한 좁은 골목길을 있는 힘껏 달리며, 좁은 다리 난간위를 걷던 것도 모두 당시의 경험들이다. 공사를 위해 쌓아 놓은 자연석의 산을 뛰어오르며 술레잡기를 하고, 때로 계단 위에서 무모하게 뛰어내리다 발목을 다치기도 한다. 오징어가이상은 그런 점에서 최고의 육체운동이었다. 내가 한 것 가운데 가장 과격한 운동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그동안 전혀 운동같은 건 하지 않았음에도 크게 문제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문득 어렸을 적부터 벌써 공부만 시키며 그것이 자식을 위하는 길이라 여기는 부모들을 보며 떠올리게 되는 생각들이다. 그만큼 자식 교육이 절박하다는 뜻이겠지만 과연 그것이 자식을 위하는 길일 것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운동능력과 뇌의 기능과는 상당히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 더욱 나이를 먹을수록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나이를 먹었기에 더욱 운동부터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다. 뒤늦은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