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트 내려가는 깊이
사람의 근육은 늘어났을 때보다 단축되었을 때 더 큰 힘을 내게 된다. 당연히 웨이트를 하면 무게가 올라갈수록 그 무게를 버티기 위해 근육이 단축되며 가동범위가 줄어들게 된다. 스쿼트 할 때 앉는 깊이는 바로 이같은 근육의 - 특히 둔근과 대퇴이두근의 단축에 의해 결정된다 할 수 있다. 무게로 인해 근육이 단축되면 그만큼 앉는 깊이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더이상 근육이 늘어나서는 안된다며 신호를 보내는 순간이 스쿼트 할 때 앉는 깊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느낌이 온다. 대퇴이두근에서 둔근으로, 그리고 기립근으로 이어지는 사슬이 어느 순간 단단하게 뭉치며 더이상 내려가는 것을 저항하게 된다. 관절이 걸리는 힙힌지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 이상 내려간다면 진짜 다시 올라오지 못하겠구나. 그런 때 멈춘다. 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내가 하는 여러 운동 가운데 가장 안전에 신경쓰며 하는 것이 바로 스쿼트와 밀리터리 프레스다. 데드리프트는 들다가 힘에 부치면 그냥 바벨을 내려 놓으면 되지만 스쿼트는 그러기도 쉽지 않다. 캐쳐바가 있기는 하지만 무게가 너무 무거우면 그마저도 안전하게 내려놓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자세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그 순간 관절에 무리가 생기게 된다. 밀리터리 프레스 역시 바로 척추로 무게가 실린다는 점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매우 높다. 최대한 안전하게. 차라리 무게는 조금 덜 들더라도 다치지 않게. 혼자 사는 처지에 다치면 돌봐줄 사람도 없다. 아마 지금보다 원래 무게를 더 칠 수 있을 테지만 그래서 딱 이 만큼으로 만족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몸이 보내는 신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무래도 힘들다?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 자칫 다칠 수도 있다? 그러면 바로 멈춰 버린다. 건강하자고 하는 운동이지 다쳐가며 하는 운동은 아니다. 역시 운동은 헬스장 가서 누군가 지켜보는 앞에서 해야 한다는 이유다. 다만 그러자면 헬스장 가는 사이에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수 만 개는 생겨날 것 같아서. 운동해야 하는 이유는 기껏해야 한 두 가지 인데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걸음마다 새로 생겨난다.
아무튼 무게를 들 때 무게를 결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려가는 깊이가 무릎 아래까지 충분히 내려가지지 않으면 그 무게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서 비로소 스쿼트 자세가 나온다 싶으면 그 자세로 더이상 내려가지 않을 때까지 반복한다. 한 세트는 5회 이내. 스트렝스 세트다. 대신 세트수는 무게를 낮춰가며 10세트를 채운다. 의미는 모르겠다. 그냥 그러는 것이 내게는 좋아 보인다. 단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