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 어색한 시작, 아크로바틱 스턴트 액션이 눈을 사로잡다
일단 테러의 동기부터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얼핏 보아하니 차세대 전투기선정과 관련해서 여론을 움직일 목적으로 경쟁사의 민항기를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른 모양인데 설사 사고원인이 기체결함으로 밝혀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차세대 전투기 선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일단 전투기를 개발해서 생산하고 한 나라의 차세대전투기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정도면 한 두 해 항공기를 생산한 회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번 사면 최소 수 십 년은 써야 하는데 검증되지 않은 기종을 차세대 전투기로 도입할 나라는 현실에 거의 없다. 당장 전투기 개발에만 수 십 년의 시간이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테스트와 개량이 이루어진다. 그런 과정들에 대한 꼼꼼한 검토와 검증을 통해 해당 기종에 대한 신뢰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한 항공사에서 생산하는 항공기의 종류만 여럿일 텐데 그 가운데 한 기종에서 결함이 발견되었다고 기존의 평가를 바꿔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 것인가.
더구나 얼마전 이슈가 되었던 보잉사의 737 기종처럼 아예 근본적인 결함이로 몇 차례나 반복해서 사고가 일어난 경우도 아니다. 생산해서 판매한 수많은 기체 가운데 하나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기술적인 결함이라기보다는 정비상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높다. 여론이 아무리 반발한다고 당장 전투기를 사들이는 것으로 끝이 아닌, 수 십 년 동안 운용하며 막대한 비용과 수고가 들어가야 할 텐데 그런 일시적인 여론에 얼마나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차라리 여론이 불리해지면 잦아들 때까지 선정을 연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마 노린다면 이것이 아닐까. 여론을 움직여서 선정까지 시간을 끌고 그 사이에 판을 뒤집어 보겠다. 아니라면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이다. 한국 공군이 그렇게 허술한 조직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그리 허투루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액션은 볼 만하다. 내내 지루하다가 마지막 주인공 달건이 테러범을 발견하고 뒤쫓는 장면부터는 집중하고 있었다. 성룡을 동경한다더니만 진짜 성룡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턴트액션이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드라마인 만큼 한계는 있지만,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아크로바틱한 스턴트 연기가 보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다만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아직 캐릭터의 성격을 다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은 어색함이 있다. 액션은 재미있고, 그러나 주인공들의 매력은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스턴트맨 출신의 액션히어로는 아마 그동안도 꽤 있었을 것이다. 스턴트맨과 액션 히어로는 그만큼 통하는 바가 많다. 평범한 전직 스턴트맨 출신이 가족의 사고를 계기로 국가단위의 거대한 음모와 맞서게 된다. 차라리 여주인공이 같은 피해자 유족으로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리고 그들을 지원할만한 돈을 가진 재벌의 후계자가 역시 같은 이유로 함께 한다.
오히려 세월호를 떠올렸다. 세월호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아이들의 핸드폰 동영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세월호 역시 수학여행을 가던 도중이었을 것이다. 그 분주함. 그 왁자함. 그리고 비극. 그래도 테러범이 있다면 원흉을 찾아 응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달건의 꿈이었던 것은 아닐까. 새벽에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