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 잡아먹힐지 모른다는 두려움, 경계의 공포를
주변의 공포는 경계의 공포다. 주변은 곧 경계다. 안과 밖의, 위와 아래의. 그래서 경계를 벗어나는 순간 결정되어 버린다. 안인가? 밖인가? 위인가? 아래인가? 결국 여기서도 떠밀려나는 것인가? 여기서 더 추락하고 마는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나 역시 저들과 같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단지 주인공 윤종우의 망상일지도 모른다. 돌아가기 싫다. 돌아가서 그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다. 그 사람들처럼 되는 것이 두렵다. 벗어나야 한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서문조는 그런 그의 내면이다. 세상의 주변으로 떠밀린 윤종우 자신의 분노와 공포 그 자체다. 차라리 죽여버릴까? 차라리 이대로 모두 죽여버리고 말까?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 씩 속으로 되뇌는 그 말처럼.
참 뭣같다. 산다는 게 정말 왜 이리 뭣같기만 한가. 되는 것도 하나 없고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다. 그런 상실을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 절망과 좌절과 체념을 친구처럼 이웃하듯 살아간다. 그런 자신의 내면에 또다른 자신이 있다. 너무나 손쉽게 다른 사람에 대한 살의를 드러낼 수 있는 그들처럼. 그 살의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들처럼. 경계이기에 가능하다. 그곳에서 떨어지는 순간 이미 지옥이다. 아니 그곳은 이미 지옥이다. 선도 악도 도덕도 윤리도 진실도 거짓도 상관없는 의식의 지옥이다.
본능적인 두려움이다. 그런 거부감이다. 어쩌면 그곳이 자신을 삼켜버릴 지 모른다. 때로 다니는 직장에서, 때로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때로 수많은 인간관계들 속에서.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망상인지 아니면 실제인지, 그러므로 진정 자신이 두려워하며 거부하고 있는 대상은 과연 누구인지. 그들과 닮아가는 자신일까? 그들로부터 발견하게 되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일까? 타인 속에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인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