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유령을 잡아라 - 피해자와 경찰, 비일상과 일상의 절묘한 만남

까칠부 2019. 10. 23. 22:58

피해자의 절박함 만큼이나 경찰에게도 나름의 사정이라는 게 있다. 결국 경찰도 어딘가에 고용되어 월급 받으며 일하는 별반 다르지 않은 직업인들이란 것이다. 당장 이 일을 그만두면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가 고민해야 하는 처지라면 더욱 그 절박함은 여느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더이상 다니지 못하게 되는 그 날까지 꼬박꼬박 진급도 하고 월급도 제대로 받으려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간절하고 절박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 상관없이 당장 내 일부터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유령과 고지석이 한 팀인 것이다. 유령은 아직 경찰이라기보다는 실종된 가족의 행방을 찾아야 하는 피해자의 가족이다. 그래서 유령의 행동은 경찰로서 지켜야 하는 법이나 규정, 방침 같은 것은 철저히 무시하는 무모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반면 고지석은 공무원이다. 경찰관이라는 직군에 속한 그저 시키는대로 월급받으며 일하는 공무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피해자의 사정보다는 경찰로서 지켜야 하는 법과 규정, 원칙들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유령과 경찰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처지를 먼저 돌아봐야 하는 고지석과.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어머니가 치매다. 아들인 자신에게 어머니를 끝까지 돌보고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위험을 무릅쓸 수 없다. 당장 지금의 직업을 잃을지 모르는 모험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철저히 법대로. 규정대로. 원칙대로.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경찰이었다. 그럼에도 경찰공무원 고지석과 피해자의 가족 유령이 경찰로서 마주치는 지점이다. 어찌되었거나 나쁜 놈들을 잡아서 피해자들을 구하고 억울함도 풀어준다. 한 사람은 경찰로서. 한 사람은 같은 처지의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아마 지하철이라는 일상의 공간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의도였을 것이다. 너무나 일상적인 경찰과 너무나 비일상적인 피해자의 가족이 지하철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비일상의 범죄를 쫓으며 함께 어울린다. 무모하다. 진짜 무모하다. 마약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팀이 있을 텐데도 아무 대책없이 자기들끼리 뛰어들어 자칫 위험에 처할 뻔 한다. 하지만 그런 상식을 벗어난 비일상이야 말로 드라마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자신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일상의 공간에 비일상의 공포가 숨어있다. 너무나 가까운 지하철의 터널 안에 끔찍한 살인마가 살고 있다. 마약범죄마저 너무 쉽게 간단히 일상속에 마주치게 된다.


과연 그들이 수사를 통해 찾게 될 답은 무엇일까. 혹은 출세를 위해서. 혹은 사명감을 위해서. 혹은 가족을 위해서. 누군가를 지키고 혹은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그러니까 경찰로서,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시민으로서. 유령은 마지막까지 그저 피해자의 가족으로 남을 것인가. 고지석은 이미 경찰로서 애써 외면해 왔던 자신의 모습을 일깨우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돌아와주기를 바라는 그 사람을 위해서. 돌아와주기를 바라는 그 사람을 위해서. 아직은 엇갈린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