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의 죽음과 그 진정한 책임에 대한 뒤늦은 통감
그러고보면 나 역시 악플에 꽤 익숙한 편이다. 글쓰는 것 보면 알겠지만 남 배려해가며 쓰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다수라고 두려워하고 소수라고 움츠러드는 타입도 아니다. 그래서 커뮤니티든 블로그든 싸움도 무지하게 했었다. 그래서 심지어 새로 만든 블로그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시비거는 놈들도 그동안 적지 않았었다. 내가 리플을 아예 무시하는 이유다. 아직도 그럼에도 말같지 않은 리플 보면 싸움 걸고 싶은 건 본능일 것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잠시 함정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설리가 그렇게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된 것도 그저 악플 때문이겠거니. 연예기사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맥락도 없고 내용도 없고 깊이도 없는 가십따위 잠시 스쳐보는 것조차 시간이 아깝다 여기기 때문이다. 원래 남의 사생활에 관심도 없고 글자의 나열에 불과한 글을 읽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착각했다. 즐겨다니는 커뮤니티에서 보았던 악의로 가득한 게시물들이나 댓글들처럼 악플러들이 문제였지 않을까. 하지만 아니었다. 고작해야 개인의 공간에 올린 사진과 넋두리를 온통 사람들 사이에 문제로 키운 것은 과연 어디의 누구였을까.
당연한 것이다. 모든 대중이 연예인 개인의 SNS까지 굳이 찾아가서 사진을 보고 글을 읽고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설사 가서 봤어도 그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 해봐야 개인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없다. 그렇게 개인적으로 퍼날라서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욕하는 따위 나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아무리 욕하고 비난한다고 어차피 알지도 못하는 일 상처받을 일도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글들을 굳이 기사라는 형태로 공개된 공간에 올리고 사람들에게 판단케 하는 행위인 것이다. 바로 언론의 기사들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도 지금이야 당연하게 뭐라 리플을 달든 알아서 그냥 무시하지만 그 리플들이 기사화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어쩌다 몇 명 와서 악플 다는 정도야 가뿐히 무시하면 되지만 - 또 그렇게 무시하고 있으면 알아서 뜸해지기도 할 테지만 일단 기사화되어 대중에 알려지고 난 다음에는 그것이 안된다는 것이다. 외면하고 싶어도 봐야 하고 도망치고 싶어도 역시 봐야만 한다. 도대체 그런 기사에 어떤 공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인가.
결국 누가 설리를 죽였는가. 당연히 악플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스스로 악플러라 여기지 않으며 정의감에 리플을 달았던 훌륭한 개인들에게도 책임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책임은 그런 정의로운 사람들에게 동기까지 부여하며 그럴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언론들에 있을 것이다. 아예 악플을 달라고 악플을 소재로 기사를 써서 대중들에 노출시켰다. 의도야 어쨌는 가장 크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던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을 터다. 연예인을 인간이 아닌 단지 기사의 소재로 보는 기레기들.
사적인 공간은 그저 사적으로 소비하면 될 일이다. 거기서 본 일을 개인들끼리 주고받는 것이야 누가 뭐라겠는가. 개인으로 찾아가서 한 마디 하는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악의들을 집단화하고 동기화하는 행위가 문제란 것이다. 언론이 아니었어도 그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새삼 드는 반성이다. 하긴 워낙 연예기사는 보지 않다 보니. 안타까운 것이다. 아직 너무 어린 나이일 텐데. 죽음마저 이용한다. 쓰레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