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유령을 잡아라 - 아직은 경찰보다는 이성으로

까칠부 2019. 11. 6. 17:27

역시나 이성으로서는 호감을 가지지만 경찰로서는 믿지 못한다. 여전히 유령은 경찰이 아니다. 성장한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분명 유령으로 여겨지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았고 위험한 상황에까지 놓였음에도 유령은 자신의 사수인 고지석에게 상의하지 않는다. 어차피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믿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유령은 자기 혼자서 잡아야 한다. 고지석이 불쌍해지는 이유다. 유령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에 저리 휘청이는데 정작 유령은 그런 자신을 경찰로서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유령이 찾아가 상의한 것이 그나마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형사' 김우혁이었던 것이다. 인간적으로는 고지석을 신뢰하고 어쩌면 남자로서도 좋아하고 있을 테지만, 그러나 경찰로써 믿고 의지하는 것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것 같은 김우혁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고지석은 사건을 앞에 두고 물러나려고만 하고 있다.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역시 단지 공무원에 지나지 않음을 유령은 아직까지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범인을 잡고 시민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역시나 경험많은 수사관의 눈에나 보이는 단서들일 것이다. 아주 사소한 손짓 하나에도 피해자 자신이 밝히지 못하는 범죄의 단서를 찾아낸다. 죽은 줄 알았던 피해자들이 아직 살아있는데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실 고지석과 유령이 집으로 찾아갔을 당시 문고리를 건 채 눈을 회피하고 있던 피해자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짐작하기는 했었다. 이건 그냥 살인이 아니다. 성범죄가 분명 동반되었다. 처음부터 살인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 그림을 부축빼기라는 지하철 범죄와 엮어 아주 크게 넓게 그려간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비일상적인 범죄들과 그 가운데서도 특별한 사건들이 수사관인 그들과 얽혀간다.


유령이 유령을 노린다. 그 자체로 하나의 말장난이 된다. 메뚜기가 바로 지하철경찰대 주변을 맴돌고 있다. 다만 그것으로 끝일 것인가. 지하철경찰대의 수사자료를 음식배달을 위장해 빼돌리고 그를 근거로 다시 범죄를 계획한다. 유령보다 유명해지고 싶다. 모두에게 알려지고 싶다. 그런 경솔할 정도로 속물적인 욕망이 끔찍한 범죄들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과연 시한도 얼마 안 남았는데 고지석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유령의 검거와 그들이 연결될 것인가. 수사 자체는 흥미롭다. 잘 짜여져 있다. 보는 재미가 있다.

댓글수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