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 마침내 밝혀진 신사업의 진실, 그리고 허탈함

까칠부 2019. 11. 18. 17:44

너무 비현실적이다. 어차피 한국 기업이 그런 정도 일로 부담을 느끼거나 하지 않는다. 물이 좀 오염되고 사람이 좀 죽어나가면 어떤가. 그래도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건 대기업이고,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도 대기업이다. 차라리 사전에 보상금 얼마 쥐어주고 몇 명 실무자급으로 꼬리 자르면서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바로 해결 될 문제다. 벌써 수 십 년 전의 일이고, 당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일들이었다. 당장 당시 주변의 하천 모양을 떠올려보라. 아니면 찾아보라. 원래 물은 검은 색이었다.


유대용 혼자서 그 많은 증거를 은폐하고 조작한 것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다. 원래 총탄에는 선조흔이라는 게 남는다. 사건현장에서 총탄을 회수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로 그 선조흔이다. 공장에서 찍어낸다고 모든 총의 강선모양이 같지는 않다. 대부분 무른 납으로 만들기에 강선모양에 따라 일단 발사된 총탄에는 선조흔이라는 게 남게 된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누명을 씌우려 하면 굳이 대상의 총기를 입수해서 직접 범행에 사용하고는 했던 것이다. 더구나 해커 하나가 온 경찰을 헤집고 다니는데 한두번도 아니고 경찰이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걸핏하면 CCTV가 고장나거나 해서 중요한 단서가 사라지는 중이다.


하지만 드라마니까. 극적인 장치일 것이다. 아니 악인처럼 보여도 나름대로 양심적인 기업인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장정마을에서 비료공장으로 인해 암환자가 급증했다는 사실이 정부의 역학조사결과 밝혀진 바 있었다. 최초의 인정사례라 한다. 그래서 과연 이런 중대한 사건에 대해 얼마나 언론보도가 되었고, 당사자인 KT&G에는 어떤 책임이 지워지고 있었는가. 그래서 JQ는 그동안 꾸준히 어찌되었거나 진실을 밝히지는 않았지만피해자들의 병원비를 지원해 오고 있었다. 차라리 그래도 양심적인 기업인들이었기에 그 두려움이 그들을 극단으로 치닫도록 만든 것일까? 너무 참담하고 부끄러워 절대 세상에 알려지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더구나 정상훈까지 사라졌다. 처음에는 납치된 정상훈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어느새 누구도 정상훈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벌써 눈 하나에, 손 하나, 발 하나를 잃은 상태인데 심지어 김서희조차 아예 포기하기라도 한 듯 정상훈을 찾기보다 정산훈이 실종되기 전 하고자 했던 일들에 집중한다. 그 진실을 밝히고 나면 정상훈을 찾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데 누가 그런 약속을 했을까? 누가 그런 단서를 주었을까?


범인에 대한 단서는 충분히 주어졌다. 스치듯 지나간 인물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인물 중 모든 조건과 맞아떨어지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손과 발을 자른 솜씨가 전문가의 그것이다. 전문적인 의학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하긴 그렇게 신체의 일부를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떼어내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자체가 전문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관계자 가운데 그와 유사한 동물병원에서 동물을 치료하던 사람이 있었다. 동기는 충분하다. 그러고보면 JQ에서 신사업에 목을 매는 이유도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신사업이 추진되면 주민 모두는 보상도 받고 안전한 다른 곳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가끔 - 아니 대부분 과정이나 내용들이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허술해서. 동료인 전호규를 살해한 유대용을 아무 대책없이 찾아가 묻는다. 당장이라도 뒤에서 총소리가 들릴까 조마조마했었다. 긴장감과 어이없음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진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증거가 중요한 것이다. 차라리 유대용의 옷을 가져다 전호규에게서 발견된 실과 대조하는  강진경이 제대로 수사란 걸 하고 있다.


문득 지난 향수같은 것을 느끼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오염물질을 몰래 밤늦게 근처 강에다 그냥 드럼통째로 버린다. 당연하게 폐수는 아무런 정화없이 근처 하천으로 흘려보내던 시절이었었다. 나중에라도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을 하는 기업을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JQ가 그나마 양심적이라는 이유다. 진실을 은폐하려 할 뿐 피해자들을 외면하지만은 않는다. 씁쓸한 이유다. 의외로 별 것 아닌 비밀이었다. 아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