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거짓말 - 마침내 잡힌 인동구,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
이제 비로소 분명해진다. 확실히 이상했다. 정상훈의 신체를 절단해 보낸 범인에게서는 정상훈에 대한 끝없는 증오와 그러면서 송주시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지고 있었다. 어지간히 상대에게 악의를 가지지 않고서는 그런 식으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고 그것을 도구처럼 이리저리 내돌리기 어렵다. 신체의 일부가 훼손된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정상훈은 원래 송주시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인물 아닌가. 지금 정상훈을 감금하고 신체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훼손해 온 인물이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동기가 너무 약하다.
결국 두 사람이면 되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송주시의 진실을 알리고픈 사람과 더불어 누구보다 정상훈을 원망하고 증오하고 있는 사람이 더해진다면. 그러고보면 세 번 째 정상훈의 눈이 언론사에 전달되었을 때 공교롭게도 진영민이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정상훈의 눈이 배달되면서 진영민은 혐의를 벗고 용의선상에서도 제외되었었다. 진영민 역시 굳이 송주시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단지 자신이 원하는 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위해 밝혀지면 되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 가장 먼저 정영문의 눈이자 손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인동구부터 제거해야 했었다. 제거할 수 없으면 최소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어야 했었다.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한 편으로 너무 친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태식이 잡히고 경찰조사를 받을 때 벌써 눈치채고 있었다. 이미 조태식이 유대용을 찾아가 만나는 장면이 보였는데 그렇게 전혀 몰랐다는 양 유대용에게 쫓기고 잡힌다는 것이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진경의 노력으로 진실은 밝혀지고, 마침내 유대용이 마음을 돌리며 인동구를 함정에 빠뜨렸다. 하지만 단지 중간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인동구도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정영문마저도 끝이 아니었다. 그 정영문마저 노리는 진영민의 계획이 김서희의 눈에 들어온다. 시청자의 눈까지 돌리고는 멀리 멀리 돌아 비로소 진영민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이번에는 과연 진짜일까?
여전히 송주시의 오염을 감추기 위해 그런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진짜 양심적인 기업이다. 설사 진실이 밝혀졌어도 언론을 막고 검찰과 법원을 움직여서 아주 사소한 대가만을 치르고 빠져나가는 기업들이 얼마든지 있다.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오히려 지금에 와서 정부가 그를 규제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하는 기업마저 있을 정도다. 불화수소가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데 그것을 그리 허술히 다루고서는 법으로 규제한 것을 정부를 공격하는 이유로 삼는가. 그래도 최소한 JQ는 피해자들의 치료도 돕고, 오염물질도 자발적으로 회수했으며, 궁극적으로 주민의 완전이주를 위한 계획을 남들 모르게 추진하고 있었다. 현실의 기업들과 비교해서 과연 살인을 제외하고 무엇이 그렇게 크게 문제인가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암울한 탓이다.
아무튼 조태식이 누명을 벗고 김서희는 조태식과 함께 보다 가까이 범인에게, 그리고 범인이 밝히고자 하는 JQ와 송주시의 진실에 바짝 다가간다. 그토록 정영문과 홍대표가 집착하고 있는 신사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도와 목적에서 그토록 집요하게 추진하려 하는 것인지. 아버지 김승철의 죽음과 남평 정상훈의 납치의 배후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김승철을 죽인 인동구는 잡았다. 그렇다면 이제 정상훈을 납치한 범인을 잡을 차례다. 이제 거의 끝나갈 때가 된 것을 안다. 진영민은 정영문을 치고, 그 진영민을 김서희와 조태식이 노린다. 정상훈은 다시 살아서 김서희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건강하지는 않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