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 길창주와 병역기피, 그러나 단장 백승수의 프로페셔널
개인적으로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선택한 길창주에 대한 사회적 의미보다 프로구단 단장으로서 백승수의 프로페셔널에 더 주목해 보고 있었다. 사실 길창주의 인성이 쓰레기라도 상관은 없었다. 그저 돈을 쫓아 국적을 포기했고, 그럼에도 미국에서 잘 풀리지 않자 국내 복귀를 타진하고 있었던 것이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멋지게 아름답게 잘 포장하는 것도 결국 단장의 역량일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백승수 일행이 미국에서 길창주와 겪을 모든 일화들이 길창주의 국내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의도된 것이었다면 더 멋있었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외국인이다. 아무리 원래 국적이 한국이었고 국가대표도 몇 번이나 하며 한국에서 야구를 했었다 해도 외국 국적의 용병인 이상 국내야구에서의 지분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같다. 그래서 용병이다. 잠시 돈으로 불러 쓰는 남이란 뜻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실력이 팀에 도움이 될 것인가. 모든 요소까지 다 고려해서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단장으로서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한 길창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길창주의 실력만 생각하면 마냥 손놓고 포기할 수만도 없다. 부상과 수술로 미국에서도 선수로서 설 자리를 잃은 길창주의 절박함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90만 달러까지 지출을 허락받았는데 50만 달러에 실력이 검증된 뛰어난 투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럼에도 그를 위해 길창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까지 감수해야만 하는 것인가. 구단의 성적과 이미지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을 수 없다. 길창주의 실력인가, 아니면 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인가?
하지만 드림즈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만년 꼴찌에 매년 최저승리와 최다패배의 기록을 갱신하며 이미지는 바닥을 친 지 오래다. 심지어 경기 도중 코칭스태프가 자기들끼리 난투극까지 벌이고 있었다. 아무리 길창주를 데려온다고 이보다 더 이미지가 나빠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언론을 통해 적당히 이미지를 만들어 길창주에 대한 우호여론까지 유도한다면 그로 인한 리스크 역시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길창주와의 계약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스포츠선수들의 병역특례와 관련한 모순을 지적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할 수 있었다. 몇 번이나 국가를 대표해서 국가대항전에 출전했었지만 단 한 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딱 한 번 국가대표가 되었던 선수들만도 못하게 되었다. 그냥 한국 대표팀이 우승하는 현장에 이름만 올리고 있었다는 이유로 병역면제를 받는 선수들에 비해 몇 번이나 국가대표가 되어 혹사의 결과 부상까지 당해야 했던 그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이 있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그 부분이 유독 크게 부각되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무엇보다 민감하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병역에 대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취지로서 보자면 단장으로서 과연 그같은 사회적인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얼마나 적절하게 영리하게 대처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 게다. 어차피 돈으로는 안되는 것을 알기에 다른 구단들과의 경쟁을 포기하고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스카우트할 수 있는 실력있는 선수과 계약하고 그 부담까지 기꺼이 단장이 나서서 해결한다. 프로페셔널이다.
프로구단 단장의 역할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다. 병역문제에 대한 대중의 정서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단장으로 있는 구단을 더 강하게 더 가치있게 더 많은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구단으로 만드는 것이다. 길창주가 주인공이 아니란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길창주가 에피소드의 중심에 섰지만 중요한 것은 그를 스카우트하고 여론과 맞서며 때로 이용하는 백승수의 실력인 것이다.
바로 다음회차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은데. 길창주에 대한 여론의 반감과 반발은 거의 모든 방향애서 구단과 무엇보다 단장인 백승수에 대한 압력과 간섭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백승수는 자신이 선택한 길창주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자신이 만들어가고 있는 팀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한 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재미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SBS가 때로 너무 고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