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2 - 비로소 3년 뒤,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시작
브랜드의 힘이란 이렇게 무섭다. 사실 TVN의 블랙독도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단계에서는 '낭만닥터 김사부'보다 더 재미있고 의미있는 드라마인지 모른다. 어차피 서현진도 없고 유연석도 없고 김사부와 악역 도윤완을 제외하고 주요인물 상당수가 교체된 터다. 김사부의 활약 뿐만 아니라 강동주와 윤서정이 함께 성장하며 만들어가는 이야기들 역시 드라마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사부니까 본다. 서현진도 유연석도 없지만 한석규기 때문에 봐야만 한다.
아직은 모르겠다. 도대체 차은재는 수술실만 들어가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 흉부외과 의사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설마 의사자격증 취득과정의 부조리나 모순을 고발하기 위한 드라마인 것은 아닐까. 수술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안되는 사람이라도 어떻게든 정해진 기간만 버티고 넘기면 의사까지 될 수 있다. 제발 내가 수술 받을 때는 저런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오는 일이 없기를. 역시나 이전 시즌과 같다. 의사로서 한둘씩 결격사유가 있는 이들이 돌담병원으로 와서 김사부를 만나고 함께 성장해간다. 돈이 필요해서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돌담병원까지 찾아와야 했던 서우진은 시즌1에서의 강동주와 다른 의미에서의 속물이다. 그러고보면 결함있는 의사로서 윤서정과 차은재가, 속물로서 강동주와 서우진이 정확히 대비되고 있다.
시즌1에서 여러 문제들이 드러나며 물러나야 했던 원장 도윤완이 아예 재단이사장이 되어 돌아온다. 하긴 그만한 수완과 능력이라면 어딜 가든 한 자리 했을 사람이기는 하다. 그동안 병원장으로서 쌓아 온 인맥들이 물러났가도 바로 사라지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재단 입장에서도 이익을 극대화시켜 줄 수완가가 필요하기는 했을 것이다. 사실 리더로서 그 정도 협잡과 정치질은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다만 얼마나 선을 지키는가. 정도를 지키는가. 지난번에는 선을 넘었지만 이번에도 과연 그럴 것인가.
3년 동안 바뀐 거대병원의 상황이 흥미롭다. 김사부의 명성 역시 상당한 거부감과 함께 거대병원에 깊이 스며 있다. 아마 그동안 죽은 것으로 보이는 회장이 시즌1에서 약속했던 최신설비들도 비로소 도입이 끝난 모양이다. 마치 최신의료장비들의 도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돌담병원처럼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새로운 얼굴들이 흘러 들어온다. 미완인 그들을 성장시켜 줄 인큐베이터인지도 모르겠다. 의사를 성장시키는 의사다. 그래서 이름이 김사부다. 기대가 무척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