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이들을 위해
드림즈가 준우승하던 때와 지금 무엇이 다른가 묻는 백승수에게 팀내 최고참 장진우가 대답하는 것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프로구단 맞아?'였었다. 도대체 그동안 팀을 어떻게 꾸려왔던 것일까? 선수들의 몸상태를 관리해 줄 컨디셔닝 코치도 없고, 타자들의 왼손투수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줄 왼손 베팅볼 투수도 없다 하고, 투수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불펜포수도 프로에서는 필수가 아니었던가.
실제 경기를 뛰는 것 만큼 포수에게 중요한 역할이 평소 투수의 훈련을 돕는 것일 게다. 투수가 던지는 공을 직접 받으면서 투수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히 조언도 해 준다. 이때 투수의 사기를 높여주겠다고 불편을 감수해가며 일부러 얇은 재질의 미트를 사용하던 포수도 예전에 있었다. 미트에 공이 꽂히는 소리가 달라져서 투수의 기분이 더 좋아진다던가. 경기에서 팀의 승리에 기여할 만큼 타격도 수비도 한참 미치지 못해도 포수 본연의 공을 받는 역할에 충실하며 투수가 최적의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설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다. 아마 실제 경기를 뛰는 것은 아니니 잘 알려지지 않았어도 각 팀마다 그런 역할을 하는 포수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컨디셔닝 코치는 사실 말이 안되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라는 게 얼마나 부상의 위험성이 높은데 그를 관리할 전문인력 하나 없는 것인가. 어째 코치가 부상관리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다 싶기는 했었다. 2000년대 이전이라면 이해라도 한다. 당시는 웨이트에 대한 개념까지 한참 빈약하고 부실하던 시절이었다. 결정적으로 스포츠팀들의 마인드가 바뀐 것이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면서였을 것이다. 더구나 타자들의 훈련을 도울 베팅볼 투수가 정작 왼손은 없다니. 아니 아예 베팅볼 투수가 없었던 것인지 전지훈련에서 마치 특별한 존재처럼 선수들에게 인사까지 하고 있었다. 그냥 기왕 있는 베팅볼 투수들에 합류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합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을 팀의 그늘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이들이 있기에 팀이 승리도 하고 우승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선수들 만큼이나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며 노력하는 프론트가 있는 것처럼 경기장 뒤에서 선수들이 최적의 컨디션으로 시합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 숨은 역할들이 있었다. 이들까지 포함해서 드림즈는 하나의 팀이다. 아마 제대로 시스템이 갖춰진 팀이라면 대부분 이미 함께 하고 있을 팀원들일 테지만 이렇게 하나씩 외부에서 다시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과 기여를 강조해 보여준다. 이들이 있었기에 드림즈는 준우승까지 했었고 이들이 떠나고 난 뒤 드림즈는 하위팀을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과장이기는 하지만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도대체 왼손 베팅볼 투수도 없이 어찌 시즌을 치렀다는 것인가.
사장이 놀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연봉은 그들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백승수 단장의 정당한 평가였을 것이다. 이들이 있음으로써 드림즈는 승리할 수 있고 자신이 목표한 우승도 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운영팀의 한재희마저 이들의 역할에 대해 불안을 가지고 있을 때 오히려 백승수는 더 강한 자신감으로 이들을 다시 영입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선수만으로는 부족하다. 코칭스태프만으로도 부족하다. 아마 호주에서 제대로 공도 못 던지고 돌아온 유민호도 그런 가운데 다시 일어설 계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과연 바이킹즈로 트레이드된 임동규가 백승수를 만나자마자 건넨 귓속말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백승수도 임동규를 바이깅즈로 보내며 귓속말을 건넨 바 있었다. 어떤 이들은 협박으로 여겼었다. 하필 김종무 단장이 선수들의 약물과 관련해서 묻던 순간 백승수는 그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드라마의 다음 이슈는 선수들의 약물과 관련한 것일까. 그렇다면 임동규가 굳이 백승수와 만난 자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귓속말을 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약물은 선수가 단장을 협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혹시 당시 임동규와 백승수 사이에 어떤 알려지지 않은 약속이 오갔던 것은 아닐까.
권경민은 큰아버지인 권일도 회장을 믿지 않는다. 권일도 회장의 말처럼 그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직은 자신이 쓸모가 있으니 버리지 않는 것이다. 바로 자존심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기에 잠시 용서하고 두고보려 하는 것이다. 아니었다면 처음 회장실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 때 바로 자신을 불러들였겠지. 무릎을 꿇을 것도 없다며 황망히 나와 자신을 말리려 했을 것이다. 다만 선이 그어졌다. 그것을 누구보다 권경민 자신이 안다. 회장의 후계자일 그 아들을 감히 자신이 주먹을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 그래서 용서할 수 없다. 회장의 지시도 지시거니와 자신을 이렇게 몰아간 백승수를 용서해서는 안된다.
복수는 치졸하다. 나는 그래도 된다. 자신은 그래도 상관없다. 회장이 그런 것처럼. 회장의 아들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은 갑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오히려 약하고 비루해 보인다. 처음의 당당함은 온데간데 없다. 궁지에 몰린 약자를 더이상 몰아붙였다가는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 권경민이 주는 또다른 시련이다. 야구단과 권경민의 과거 인연까지 드러난다. 처음 드림즈의 구단주가 그의 아버지였었다. 변수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