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 누군가 편이 되어 준다는 것, 종교의 이유

까칠부 2020. 3. 25. 07:09

아이들이 처음 거짓말을 배우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버림받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일 것이다.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했다가는 자칫 어른들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만들지 모른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미움받고 버려지게 될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받는 자신으로 남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지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어떻게 사람들이 원하는 자신이 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배우게 된다.


누군가 전적으로 자신을 믿어주고 편들어준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인 것이다. 굳이 속이지 않아도 된다. 굳이 거짓말로 감추려 하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준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마저 긍정하며 인정해 준다. 그러니까 그 사람 앞에서는 다른 자신을 일부러 꾸며 연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현실에 얼마나 있을 것인가. 부모조차도 자신의 기대에서 벗어나면 서슴없이 자식을 비난하며 상처주는 말을 내뱉는다. 부모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그래서 아이들은 오히려 거짓말부터 배워야 한다.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는 법부터 배워야만 한다.


물론 함정이 있다. 과연 전적으로 자신을 믿고 편들어준다고 그것이 온전한 자신일 수 있는 것인가. 이미 배신당했다. 벌써 버려지고 외면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신뢰와 애정을 탐하여 자신을 속이려 들게 된다. 상대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 여기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백상호가 더 악랄한 것인지 모른다. 하긴 하민성의 부모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기는 하다. 하필 백상호가 교회와 연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의 원죄를 앞세워 신이 바라는 인간이 되기를 강제한다. 어쩌면 서상원이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도 그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불완전한 원죄의 인간을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방법은 죽음 뿐이다. 오로지 천국에서만 인간은 완전한 존재로서 행복과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백상호가 함정을 판다. 그것은 선의로 치장된 함정이다. 아마 자신조차 그것이 진정한 선의라 여기고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그들의 편이 되어주고 그들과 함께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살인마저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그 모습이 진짜 그들의 모습일 것인가. 신을 위해. 진리를 위해. 정의를 위해서. 그렇게 인간은 얼마나 완전한 인간을 위해 다른 이들을 해쳐왔었는가. 그렇게 그들이 찾는 것이 한 권의 책이었다. 신의 이름을 참칭한 욕망의 증거였다. 그를 위해서 그들은 또한 기꺼이 죄를 범한다. 그것이 구원이기에.


과연 고은호가 차영진에게 감추고 있던 진실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고은호는 차영진에게까지 말못하고 숨겨야 했을까? 아니 차영진이 듣지 않았었다. 차영진이 들어야 했던 비밀이다. 그것은 과거 차영진이 놓쳤던 친구의 진실이기도 하다. 마지막 순간 차영진이 마주할 절망과 구원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선우는 과연 이 사건을 통해 교사로서 어떤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마치 긴 터널과 같다. 인간은 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수많은 비밀들이 여기저기 서로 엮이고 얽히며 진실의 빛을 틀어막는다. 왜곡된 속에서도 그들은 진실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아직 모르기에. 아무도 모르고 있기에. 다만 너무 일관되게 무겁고 심각한 것이 부담이 되기는 한다. 요즘 너무 지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터널같은 지 모른다.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