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 법이라는 권력, 그리고 지켜야 하는 선
권력의 권은 저울의 권위다. 저울이란 판단의 기준이다. 무게 한 근은 얼마나 되는가. 길이 한 척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그러니까 돈 한 냥에는 구리가 얼마나 들어가면 좋을 것인가. 어디까지는 죄가 되고, 어디까지는 해도 좋고, 그러므로 어떻게 해야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그 부분을 도우며 돈을 버는 것이 변호사란 직업일 것이다. 혹시라도 법으로 인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면 최대한으로 얻어낸다. 바로 정금자와 윤희제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이상의 무언가를 노리는 이들이 생기게 된다. 원래 법이란 권력자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었다. 이러면 안되고 그래서도 안되고 따라서 저렇게 해야만 한다. 권력자가 그렇게 정하면 권력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일방적으로 따라야만 했다. 법을 이용한다는 자체로도 이미 권력인데 직접 법까지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법을 이용해서 법을 모르는 이들을 휘두르고 갈취하며, 아예 자기가 원하는 법을 만들어서 세상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 인정욕구였을까. 처제 김민주의 도발에 평정을 잃는 모습은 송필중의 약한 부분이 어디인가를 짐작케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권력을 가져야겠다.
문제는 법을 만들더라도 법을 이용하는 변호사로서 법이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무리없이 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자신의 의견을 더하는 정도로 족하다.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 법을 이용하는 자로서 법을 배신하는 것이 된다. 바로 거기까지가 정금자와 윤희제가 허용할 수 있는 선이다. 아무리 편법을 동원하고 온갖 협잡에 사기에 협박까지 일삼지만 그럼에도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란 것이 있다. 법이 자신들을 존재케 하는 이상 그 법을 배신해서는 안된다. 송필중은 그 선을 넘었다. 법을 배반하고 인간을 배반했다.
정금자와 윤희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세상의 선이 아니다. 어떻게 해도 하찬호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선한 약자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단지 변호사로서 법이 허용하는 한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의무를 저버린 이들을 법의 이름으로 응징하려는 것이다. 법의 관점에서 보면 정금자와 윤희제의 분노가, 그들의 싸움이 쉽게 이해가 된다. 자신들을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해 준 법이었기에 그들은 변호사로서 그 법이 만든 질서를 반드시 지켜야 했다. 강자든 약자든 선하든 악하든 법이 보장한 권리는 보호받아야 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마저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수단으로 삼아서는 더이상 변호사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다. 법무법인 송앤김에게 있어 이슘은 의뢰인이었다. 고용주였다. 그렇다면 이슘을 위해 송앤김은 모든 최선을 다해 하찬호를 변호했어야 했다. 이슘을 지켜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고용주의 어려움을 이용해서 그들을 궁지로 내몰고 사적인 이익을 취하려 한다. 법이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다. 다만 선이 있다. 넘어서는 안되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선이.
그동안 정금자가 보여준 아슬아슬한 방식들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을 게다. 때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면서도 정금자는 단 하나의 선만큼은 어떻게든 지키려 하고 있었다.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자신이 변호사로서 존재하는 이유다. 법과 법 아닌 것의 경계에서 다시 송필중과 싸우게 된다. 과연 정금자와 윤희제의 송필중이라는 거물을 상대로 한 싸움은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멀리 돌아가더라도 재판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그들과 재판정에 서지 않는 송필중의 싸움이다. 본격화된다. 참 오래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