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트할 때 허리가 아픈 이유?
스쿼트할 때 허리가 아픈 이유는 사실 매우 많다. 아마 허리통증 하면 대부분 허리관절부터 떠올릴 것이다. 허리가 조금만 아프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져도 그래서 디스크부터 의심하는 사람이 일상에서는 매우 많다. 그런데 사람의 척추란 것은 수 백만 년의 시간을 거쳐 직립에 맞게 진화되어 온 구조라는 것이다. 자세만 정확하다면 최소한의 동작이 가능한 정도의 무게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고, 무엇보다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 허리보다 다른 곳에서 먼저 이상이 나타난다.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척추 안을 지나가는 척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척추를 지탱하는 기립근일 텐데, 이건 내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아마 작년 말 쯤 여기에 대해 썼었던 것 같은데, 워낙 수 십 년 간 운동과는 담을 쌓고 내 마음대로 자세를 비틀며 생활하다 보니 기립근이 짧아지고 뒤틀리고 비대칭에 난리도 아니었었다. 차이는 운동 전후 기립근 스트레칭을 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나마도 처음에는 스트레칭을 해도 기립근에 기별도 가지 않다가 어느 정도 몸의 가동성이 나오면서 기립근의 상태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튼튼한 것이 기립근이라서인지 이제는 기립근의 문제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립근의 스트레칭과 강화는 운동전후 빼놓지 않고 신경쓰는 부분이다.
그 다음이 의외로 광배근이다. 광배근이라고 하면 흔히 옆구리를 생각하기 쉬운데 승모근 아래로 대둔근까지 등 아래쪽 전체를 덮고 있는 것이 바로 광배근이다. 특히 광배근이 척추에서 갈라지는 아래로는 요천근막이라는 근막을 통해 대둔근과 이어지는데 당연히 당연히 스쿼트할 때 통증을 느끼는 부위 가운데 여기도 포함되어 있다. 바벨을 승모근 위에 올리는 순간 자연스럽게 무게는 상체 전체를 짓누르게 되는데 이때 그 무게를 감당하는 근육들이 코어와 그리고 등쪽의 승모근과 광배근 등이다. 주동근은 아니다. 하지만 바벨의 무게에 상체가 짓눌리지 않도록 버티는 사이 자연스럽게 광배근에도 힘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광배근의 힘이 부족하거나 피로가 쌓여 단축되어 있거나 하면 바로 허리에까지 영향이 간다. 등운동 열심히 하고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스쿼트하다가 옆구리 아래쪽 광배근 하부에 자극이 느껴지는 바람에 당황한 기억이 있었다. 실제 일상에서도 상체를 움직이다가 갑자기 등허리에 통증을 느끼거나 하는 경우 대부분 광배근의 이상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그때는 허리를 풀어줄 것이 아니라 광배근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역시 지금 나를 괴롭히고 있는 원인들이 바로 장요근과 내전근이다. 정확히 왼쪽은 장요근이고 오른쪽은 내전근이다. 장요근 스트레칭을 하면 오른쪽에서 반응이 없고, 내전근 스트레칭을 하면 왼쪽에서 반응이 없다. 척추측만의 결과다. 척추와 골반이 틀어지며 수 십 년을 양쪽 다리가 비대칭인 상태로 살다 보니 양쪽 다리근육이 마찬가지로 비대칭으로 굳어진 결과다. 그래서 스쿼트하다가 허리에 통증을 느껴도 양쪽 부위가 서로 다르다. 왼쪽 장요근은 거의 척추에 붙어서, 오른쪽 내전근은 거의 바깥쪽 골반으로 이어지며 통증이 느껴진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장요근도 내전근도 모두 고관절에 있는 근육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골격구조상 내전근이 고관절에 붙은 부위가 상당히 서혜부 안쪽 깊숙이에 있기에 통증양상도 허벅지 안쪽보다는 고관절 깊숙한 곳이나 아니면 바깥쪽 둔근에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이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긴 만큼 장요근이나 내전근 등이 상당히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원래 힘을 쓰라고 있는 근육이 아닌 탓도 있다. 굳이 장요근이나 내전근이 힘을 쓰지 않아도 다른 근육들이 얼마든지 그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런데 운동은, 특히 큰 힘을 써야 하는 데드리프트나 스쿼트는 이들 장요근과 내전근의 힘 역시 모두 끌어내 써야만 하는 운동들이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평소 이들 보조근과 안정근들의 역할까지 대신하던 큰 근육들은 그래도 멀쩡히 힘을 쓰는데 큰 근육들에 의지하던 보조근들과 안정근들은 갑자기 힘을 쓰려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큰 근육을 따라서 큰 힘을 쓰는 동작을 하는 사이 이들 근육들에는 무리가 생기고 그 결과 나중에 이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근육이 과도한 긴장으로 단축되어 있거나, 아니면 아예 손상이 있거나. 그러면 큰 근육들로 버티며 운동하더라도 이들 근육들에서는 그런 이상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테면 내가 스쿼트를 95킬로로 할 때는 양쪽 둔근과 붙는 허리 아래쪽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다가 5킬로만 줄여서 스쿼트를 하면 그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그 예다. 덧붙여 무게가 달라지면 앉는 깊이도 달라지는데 역시 내전근과 장요근이 안정적으로 버티며 내려갈 수 있는 한계깊이라 보면 된다. 스쿼트 자세로 가만 앉아 있어 보면 알겠지만 특히 보폭을 넓게 해서 앉았을 경우 그냥 앉아 있는 자체만으로 내전근에 상당한 부하가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아직 내 내전근은 90킬로는 버틸 수 있어도 95킬로에서 10회 반복은 무리인 상태라는 것이다. 10회 반복을 하고 다음 세트 8회째가 되는 순간 더이상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척추 부위에 통증이 느껴진다. 바로 무게를 줄이고 내전근과 장요근을 풀어준 뒤 스쿼트를 할 경우 3세트 30회를 하는 동안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예전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본 것 같은데, 스쿼트할 때 허리가 아프면 아프지 않은 동작을 찾을 게 아니라 아픈 원인부터 치료하고 운동하면 된다고. 스쿼트할 때 허리가 아프니까 허리가 아프지 않도록 허리를 세우고 그만큼 무릎을 앞으로 내밀면서 스쿼트를 한다. 그럴 거면 프론트스쿼트를 하면 된다. 프론트스쿼트가 딱 그 자세다. 허리는 꼿꼿이 서고 무릎은 그만큼 앞으로 나간다. 대신 무게는 백스쿼트보다 줄어든다. 어차피 백스쿼트로 허리를 세우고 무릎을 내밀며 운동하려 해도 고관절과 무릎관절이 감당할 수 있는 힘의 차이가 명확한 이상 무게의 차이 역시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상적인 스쿼트와 같은 무게로 무릎을 앞으로 내밀면 무릎 작살난다. 어쩔 수 없이 바벨의 무게가 무릎에 바로 실리는데 고관절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라면 무릎은 감당할 수 없다.
요즘 주위 사람들에게도 열심히 떠들고 다니는 내용이다. 허리가 아픈 것은 허리가 아닌 허리를 중심으로 위아래 다른 부위의 문제다. 허리가 아프다고 허리가 문제인 것처럼 떠드는 것은 삼류다. 물론 실제 그런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만 앞서도 말했듯 자세만 정확하다면 허리가 아닌 다른 곳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높다. 허리야 말로 인체의 모든 근육과 인체에 가해지는 모든 힘이 모이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하긴 허리만이 아닌 운동할 때 느끼는 대부분 통증들 역시 자세가 정확하다면 실제는 다른 부위에 불균형이 있어 그것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을 해결해야지 쉬운 방법만 찾으려면 원인은 영원히 그대로 남게 된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운동은 프리웨이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이런 원인들을 하나씩 찾고 교정할 수 있는 이유다. 특정 근육을 고립시켜 하는 운동이 아닌 협응근들을 모두 참여시키며 하는 운동이기에 몸 어디에 이상이 있으면 그만큼 바로 느끼게 되고 찾아서 교정도 할 수 있게 된다. 교정 방법은 간단하다. 운동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힘을 감당하며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 다만 일정 이상 무게가 실려야 제대로 최대의 가동범위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교정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그리고 그만큼 더 확실하게 몸도 건강해진다. 운동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