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번외수사 - 유튜브와 언론, 그 섣부른 예단의 결과

까칠부 2020. 6. 14. 06:38

그러고보니 나 역시 저런 모습들을 그저 좋게만 보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기자가 검사처럼, PD가 판사처럼, 어차피 수사권도 없고, 강제력도 없을 텐데도, 그저 눈에 보이는 단서들만으로 쉽게 단정짓고 그를 기사로 방송으로 내보낸다. 자신은 정의를 실현한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일개 민간인인 기자와 PD가 수집할 수 있는 증거와 증언이라는 것이 얼마나 그렇게 철저하고 완벽할 수 있을까?

 

하긴 기자도 PD도 아닌 일개 유튜버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또 가만 생각해 보면 그 유튜버와 기자, PD란 것들이 또 얼마나 다른 점이 있기는 한 것인가. 유튜버가 터뜨리니 너도나도 베껴서 사실확인조차 없이 기사로 써갈기는 것이 바로 기자란 것들이다. 시청률 오르겠다고 그것을 또 방송에 내보내겠다는 것이 PD란 종자들이고. 그런 게 자본주의 시대 언론의 실상이란 것이다.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권력 앞에서는 두 손 곱게 모으고 있다가 마음껏 사실을 취재해서 진실을 보도하라 풀어놨더니 취재도 없이 그냥 자신의 예단만을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배설하고 있다. 벼슬이다. 기자가 의혹을 던지면 대상이 되는 사람은 무조건 해명부터 해야 한다. 굳이 취재같은 건 할 필요 없이 그냥 자신의 무지와 편견과 게으름의 결과만 세상에 던져 놓아도 자신은 이미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하필 시사프로그램 PD의 파트너가 경찰이라는 점도 그래서 흥미롭다. 그나마 PD는 기자조차 되지 못하는 유사언론인이고 경찰 역시 검찰에 치여 사는 하류인생 들이다. 재미있는 건 드라마에 기자도 검찰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작 취재하는 것은 언론이고,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검사일 텐데도 퇴직한 전직 프로파일러나 전직 검시관까지 살짝 걸쳤을 뿐인 주변인들이 더 주를 이루고 있다. 은퇴한 건달 또한 마찬가지다. 수사도 제멋대로, 취재도 제멋대로, 시스템보다는 그냥 좌충우돌이다. 아마 그런 점이 허술하다는 인상을 가지게 만드는 모양이다. 치밀하게 짜여진 구조 속에서 취재와 수사가 이루어진다기보다는 그냥 얼기설기 대충 끼워 맞춘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된다.

 

경찰이 수사를 안하고, PD가 취재를 안하고, 그런 가운데 경찰이 수사를 하고, PD는 사실을 직접 몸으로 뛰며 취재하려 하고, 그런 그들을 옭죄는 현실이란 때로 같은 경찰이며 같은 언론이다. 이 얼마나 한심한 주제들인가 말이다. 방송 아이템 때문에 동생에게 돈 뜯기고, 수도 없이 고소당하며 원룸에서마저 쫓겨나고, 전직 프로파일러는 수상쩍은 건강보조식품으로 수입을 올린다. 요즘 내가 많이 꼬인 때문일 것이다. 묘하게 뒤틀리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