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 드러난 도재희의 정체, 마침내 마주한 진실

까칠부 2020. 8. 2. 19:32

솔직히 예상한 바였다. 클리셰라기보다는 기술이다. 드라마를 만드는데 있어 필수인 정석이라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아예 없다시피 한 소설과 달리 영화와 연극, TV드라마 등 극의 형태는 상당한 현실적 제약 안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마냥 새로운 세트를 지을 수 없기에 특정한 배경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당연히 출연료도 만만치 않은데 무한히 새로운 배역을 만들어 출연시킬 수 없으니 정해진 배역 안에서 모든 역할을 나누지 않으면 안된다. 말하자면 극이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밀실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공간과 배역 안에서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인가.

 

그래서 아직 드라마에서 비밀로 감춰진 부분이라 할지라도 결국 드라마 안에 그 답이 존재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 해야 할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공간이나 이미 출연중인 배역 가운데 그 답이 숨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출연한 배우의 몸값까지 계산하면 굳이 내러티브를 분석하지 않아도 거의 정답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짜 고문영의 어머니가 살아있고 고문영과 아버지 고대환의 주위에 정체를 감추고 숨어 있다면 과연 누구일 것인가. 박옥란은 도희재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았다. 모두가 의식하게 만들 정도로 박옥란은 도희재에 대한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박옥란이 도희재가 아니었다면 진짜 도희재는 어디 있을 것인가.

 

그러니까 박옥란이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기에 그런 행동까지 보였겠는가 하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만일 도희재가 살아 있다면 병원 안에 있다. 그것도 환자로 입원한 박옥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이다. 나이까지 고려하면 답은 나와 있다. 처음부터 도희재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순간부터 그래서 의심해 왔던 것이었다. 달리 있을 만한 곳이 없지 않은가. 아니다 다를까. 엉터리 추리다. 역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도 재미가 없다.

 

가족이란 가족사진을 함께 찍는 사이다. 사실 정답이다. 피가 이어져야만 가족인가. 함께 살아야지만 가족인가. 결국은 가족으로 모여서 증거를 남길 수 있으면 가족이지 않겠는가. 문강태의 망설임처럼. 망설임 끝에 결국 나타나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 것처럼. 그렇게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결국에 가족의 이름으로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어머니 도희재는? 아버지 고대환은? 그래서 외로웠던 것이었다. 기댈 곳도 돌아갈 곳도 없으니 그렇게 오로지 자신만 믿으며 제멋대로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구속이란 한 편으로 보호이기도 한 것이다. 아마 그래서 배경이 정신병동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환자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구속하는 공간이지만 한 편으로 환자들을 혹시 모를 상황으로부터 지켜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문강태를 오빠라 부르게 되며 고문영도 훨씬 자유로워졌다. 더 자신에게 솔직해졌으며 사람들에게도 스스럼없어졌다. 가장이란 짐을 내려놓은 문강태 역시 고문영에게 마음껏 응석을 부리는 중이다. 가족이 생긴 것이다. 오래전 잃어버린. 다시는 가질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그러나 가족이 된 그들 앞에 자신들의 원래 가족으로 인한 균열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비가 나타난다. 문강태가 고문영에게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던 그 비밀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도 그들은 가족일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스스럼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도재희의 정체가 드러나고 문강태 형제의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이 도재희란 사실이 밝혀지며 다시 한 번 혼란으로 빠져들게 된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일로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들을 구속하던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마지막 조각이다. 마지막 열쇠다. 그들은 과연 자신들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진실은 거의 드러났다. 아마 남은 것은 그들의 선택 뿐이지 않을까.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남은 회차를 보니 그럴 때도 되었다.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어렵게 헤치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도재희가 나타나고 진실을 마주한 그들의 선택은 무엇인가. 설레는 것이다. 몇 시간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