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 - 뒤통수치는 반전, 통영에서 서동재의 단서를 찾다!
검경수사권조정은 그저 거들 뿐. 메인이라 여겼던 주제가 사실은 곁가지였고, 그저 사족이라 여겼던 사건들이 하나로 이루어지며 마침내 주제를 이룬다. 원래 수사드라마였던 것이다. 수사권조정과 상관없이 검찰과 경찰이 함께 손잡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드라마였다는 것이다. 높으신 분들이야 누가 수사권을 가지는가가 중요하지만 정작 일선의 검찰과 경찰들에게는 당장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사건에 대한 책임과 사명감만이 있을 뿐이다.
검사 서동재가 실종된 이유부터 모두가 예상한 바와 달리 - 작가가 의도적으로 몰아갔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 - 단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던 사건의 진실을 홀로 밝히고자 나섰다가 그리 되었다는 것이다. 출세를 위해 따로 빼놓았던 사건들이 아닌, 그로 인해 자연스레 얽히게 될 배후의 인물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저 일상적인 수사과정에서 일어난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출세욕 강한 속물이라 해도 검사는 검사라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맡은 사건들조차 출세를 위해 이용하려는 속물이지만 이전에 수사권을 가지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일선의 검사였다는 것이다. 자기 말마따나 사소한 단서만으로도 진실을 추적해내는 나름 이 사회의 고급인력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뇌부가 수사권조정을 위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어떤 신경전을 벌이든 상관없이 어디선가는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 검찰과 검찰의 수뇌부들의 사정과 상관없이 제각기 범인들 역시 자기들 사정에 따라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들을 하게 된다. 법적인 처벌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도 기울인다. 경찰이 있어야 할 곳은 협상장이 아닌 그런 현장이다. 검사가 눈여겨봐야 하는 것도 다른 대단한 높으신 분들의 눈치가 아닌 그런 시민들의 사연이고 사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비밀의 숲이란 경찰과 검찰도 아닌 수많은 시민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곳에 모든 사건이 있고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의외의 반전이었다. 그냥 전관예우라는 부조리한 관행을 비판하며 황시목과 한여진을 등장시키기 위한 에피소드라 여겼었는데 바로 거기서부터 모든 사건들은 이어진 것이었다. 부장판사 출신이라는 전관이 개입하며 자연스럽게 검찰과 경찰 수뇌부 사이에 검경수사권조정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어느새 잊혀지고 말았었다. 그보다는 세곡지구대에서 자살했다는 경찰에게 뭔가 더 은밀한 비밀이 숨어있지 않을 것인가. 혹은 남양주 어느 국도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전직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의 죽음에 어떤 흑막이 감춰져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한조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뭔가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것 같은 와중이다. 한조를 노리고 동부지검장 강원철은 집요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주 대단하고 거창한 음모 같은 것이 숨어 있지 않은가 싶었더니 그보다는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지난 개인의 사정이 현직 검사의 실종이라는 중대한 사건으로까지 발전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여진은 굳이 출세코스라는 정보과로 파견되고서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늘같은 부장검사들마저 수사의 대상으로 여기며 황시목은 서동재의 실종을 아직도 놓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곳이 바로 진짜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이다. 서동재가 출세보다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섰다가 실종되었던 것처럼. 검찰과 경찰이 등장하는 드라마라면 그 배경은 회의장이 아닌 일선의 현장이어야 한다.
그래서 검경수사권조정이었던 것일까? 그래서 수사하는 내내 높으신 분들의 사정이 그리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이었을까? 그래서 최빛과 우태하가 만나고, 한 편에서 한여진과 황시목이 만나야 했던 것일까? 전작과 주제는 어쩌면 일맥상통한다. 어쩌면 작가가 쓴 다른 소재의 드라마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본질이다. 이창준이 놓쳤고 그래서 목숨까지 버려야 할 정도로 후회했던 그것. 그를 위해 일부러 그리 멀지도 않은 길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미로처럼 더디게 달려온 것일 게다. 말한 것처럼 그곳이야 말로 진짜 자신들이 있어야 할 비밀의 숲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여전히 눈은 한조그룹의 경영권을 다투는 이창준의 미망인 이연재를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비밀스런 구석이 많은 우태하와 최빛을 뒤쫓고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 한조를 집요하게 벼르고 있는 강원철을 통해 이연재는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인가. 하나둘 비밀스럽다 여겼던 사건들의 허탈할 정도로 사소한 내막들이 드러나면서. 그런데 그게 사람 사는 세상 아닌가. 사건이 있는 현실이 아닌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오히려 그래서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