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의 숲2 - 마침내 찾은 서동재와 넥타이, 마지막 퍼즐의 조각을 향해

까칠부 2020. 9. 28. 04:42

역시 만만치 않네. 작가는 스릴러를 써야 한다. 아니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작가가 만든 어드벤처 게임을 해 보고 싶어졌다. 작가가 미로를 만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 낚일까? 낚인 줄도 모르고 헤매다가 여기가 어딘 줄도 모르게 말라죽고 말 것이다. 여기가 길인가 싶으면 아니고, 이제 여기가 진짜인가 싶으면 그것도 아니고, 그래서 저기는 그냥 함정이겠구나 싶으면 거기가 길이었다. 이런 식으로 또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구나.

 

무심코 지나쳐 듣고 말았다. '편지도 왔다고 하고, 증인도 나타나고', 그런데 편지는 범인이 보냈잖은가? 범인이 자기 욕하는 댓글들에 열받아서 서동재 넥타이 잘라 피까지 묻혀서 경고삼아 보냈던 것 아니었던가. 그런데 아니었다. 편지는 범인 김후정이 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김후정이 편지에 놀라고 증인의 등장에 당황해서 서동재를 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러면 누구일까? 서동재를 찾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서동재의 것과 똑같은 넥타이와 피까지 구해서 편지를 보냈던 사람이 있다. 심지어 가짜 증인으로 하여금 경찰을 범인으로 지목하도록 위증까지 지시했던 듯하다. 누가? 왜? 어떻게? 바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진실은 무엇인가?

 

그냥 도입부에 지나가는 에피소드로 여겼던 통영 바닷가 사망사건이 서동재의 실종과 이어지듯 단지 곁가지이며 드라마를 꾸미기 위한 장식으로만 여겼던 검경수사권조정이 다시 드라마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하필 현직 경찰을 범인으로 지목했던 가짜 증인과 검경수사권조정에서 검찰의 입장을 관철해야 하는 형사법제단의 김사현과 과거 접점이 있었다. 경찰이 기소하겠다는데도 오히려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심지어 현직 검사 앞에서도 자신만만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라면 얼마든지 사건을 조작하고 증인과 증거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있는 죄도 없애주고 없는 죄도 만들어 처벌할 수 있다. 결국 시즌1에서 그랬던 것처럼 검찰의 적나라하난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원래 그것이 의도였던 것일까.

 

솔직히 또 낚였구나 싶었다. 실종자를 수색하는 장면이 길어지면 결국 못찾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어찌되었든 찾으려면 바로 찾고, 바로 찾지 못하면 영영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또다른 진범이 있는 것일까? 서동재를 납치한 것은 김후정이더라도 서동재를 진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또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은 아인가? 그 넓은 야산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한 사람을 찾는 스펙타클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더불어 마침내 실종된 서동재를 찾고 그 손목을 묶고 있던 넥타이를 발견한 순간의 충격을 극대화하고자 한 것일 게다. 그렇게 어렵게 서동재를 찾아냈는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직 파헤쳐야 할 진실이 남아 있다.

 

드라마로서는 호흡이 솔직히 너무 길었다. 그다지 집중해서 볼 만한 흥미로운 사건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었다. 통영 바닷가에서 청년 둘이 죽은 것은 사고로 보였고, 세곡지구대에서 현직 경찰이 죽은 것도 타살이라고 해봐야 그냥 일개 지구대에서 조직적으로 뭔가 해먹었다는 이상은 아니었다. 대단한 트릭이 숨어 있는 것도 아니고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남양주 국도에서 갑자기 죽었다는 전직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한조의 경영경 다툼과 맞물려 꽤나 기대하게 만드는 스케일을 보였었다. 그러나 그 진실이 조금이나마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거의 드라마 후반에 이르러서였다는 것이다. 뭔가 있는 것처럼 보였던 세곡지구대 사건이 단순한 자살로 결론지어지는 와중에 겨우 그 단서가 드러난 것이었다. 그래도 매번 새로운 퍼즐조각을 던지며 미끼처럼 시청자를 낚는 것은 작가다운 역량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역시 14회까지의 분량은 촘촘하게 2시간 분량으로 압축할 수 있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지나고 보면 그 모든 하나하나가 다 함정이고 퍼즐의 조각들이었지만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보았던 내용까지 잊어버리기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충분히 대강의 내용만 기억하고 있어도 막바지 몰아치는 반전과 진실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황시목이 화를 낸다. 사람의 감정 같은 건 전혀 모를 것 같던 황시목이 진심으로 김후정을 상대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진실은 남았다. 무엇이 그들을 기다릴까?

 

전작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몰아치는 액션게임이었다면 후속작인 이번 작품은 조금씩 조각들을 쌓아 올리며 결론에 다다르는 어드벤처에 가까울 것이다. 수많은 함정과 정교한 퍼즐의 조각들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진실의 단편들과 무엇보다 그 모든 과정을 헤치고 났을 때 보상처럼 폭발하는 결말이 있다. 그냥 끝내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기술을 안다. 어떻게 이 모든 조각들을 마무리지을까.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지치지 않고 보았던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