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의 숲2 - 리얼과 언리얼, 너무나 언론같은 기자들의 위화감

까칠부 2020. 10. 4. 05:50

묘하게 리얼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기소권이 검사인 자신에게 있으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과자로 만들고야 말겠다. 그것도 당사자를 직접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황시목에게는 한여진을, 한여진에게는 최빛을 인질로 삼아 위협한다. 여기서 더 계속하게 되면 최빛과 한여진이 다칠 수 있다. 자기는 상관없다. 검사 그만둬도 부장까지 달았으니 갈 곳이 많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 아닌가. 물론 언론은 이런 내용따위 절대 기사로 내보내지 않는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졌다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원래 기자들은 경찰서가 출입처로 정해지면 서장실 문 박차고 들어가는 것부터 배우고, 검찰청이 출입처로 정해지면 검사에게 차 얻어마시는 것부터 배운다. 경찰은 때로 기자라는 신분을 앞세워 윽박지르기도 하고 안되면 멋대로 추측해서 기사를 쓰기도 하지만 검찰은 그래서는 안된다. 검찰은 철저히 검찰로부터 받은 정보만을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한다. 그래서 검찰로부터 받은 검찰에 대한 정보가 잘못되었을 경우 그 콧대높은 언론이 그것도 대서특필까지 해가며 사과하는 흔치 않은 모습도 보게 되는 것이다. 검찰이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니 언론은 그런 검찰의 의도에 맞춰가야 한다.

 

그동안 검경수사권조정에 대해 언론이 기사를 쓴 것들을 한 번 살펴 보라. 과연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경찰청과 검찰청으로 나뉘어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양쪽의 입장을 다루어주고 있는지.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경찰이라는 막강한 공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거침없이 비판기사를 쏟아낸다. 한 편으로 검찰청 출입기자들은 시민의 안전과 기소까지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쓴다. 다시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얼마나 경찰의 입장을 최소한 대등하게라도 반영하는 기사를 써내고 있었는가를. 

 

우태하가 오히려 저렇게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언론은 현직 부장검사인 자신이 말하는 대로만 받아쓰게 될 것이다. 그동안 친하게 지내 온 것도 있기에 오로지 자기가 하는 말들만 받아서 중요하게 보도할 것이다. 최빛이나 경찰이 무어라 떠들든 지면의 한 귀퉁이는 차지할 수 있어도 이슈가 될 만큼 크게 다루어지지미 못할 것이다. 심지어 인사철이 되면 자기와 친한 검사를 위해 하마평도 써주고 있지도 않은 풍문까지 만들어서 보도하는 것이 바로 기자들이란 것이다. 자기들과 친한 특수부가 아니면 검사도 아니라고 형사부나 공판부 검사들은 아예 취급도 않으면서 잘못된 인사라고 비판부터 하는 것이 바로 검찰청 출입기자들이란 것이다. 그런데 사실여부를 따져가며 부장검사의 발표까지 외면한다? 그깟 경찰의 발표를 들으러 모두 몰려간다?

 

검찰의 문제는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학의 사건을 떠올려보라. 서지현 검사의 사건도 한 번 돌이켜 보라. 언론이 그때 어떤 식으로 보도했었는가. 어떻게 사실을 호도하고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었는가. 그런 시도를 보이고 있었는가. 무력감을 느꼈어야 했다. 최빛이나 한여진이나 심지어 황시목조차도 자기들의 말은 한 줄도 써주지 않는 기자들의 모습에 절망감부터 느꼈어야 했다. 차라리 유튜브나 해야겠다. 진실을 알리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거기 경찰과 검찰 가운데 누군가가 옷벗고 나가서 유튜브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 한여진이 전과자가 될 상황에 놓였으니 딱 조건도 좋다. 그것으로 비밀의숲은 영영 끝나게 되는 것일까?

 

자기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다고, 영장청구도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아무거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거기에 무엇이든 혐의를 씌워서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언론까지 자기들 편이니 병장회의같은 되도 않는 헛소리를 지껄여도 모두 기정사실이 된다. 휴가명령서같은 미필이나 할 만한 소리조차 아주 진지하게 받아서 기사로 써준다. 그러니까 3천억까지 이해충돌보다 표창장 하나가 더 중대한 범죄란 것이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키려 시도한 사실보다 연가를 어떻게 며칠 더 섰는가가 더 심각한 범죄란 것이다.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자기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고, 무엇보다 언론이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받아서 한 목소리로 써 줄 테니까.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신문과 방송이 따로 없고, 케이블과 공중파가 따로 없다. 아마 MBC 정도가 거의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이쪽은 워낙 검찰이 그동안 당한 일들이 많아 원한이 꽤 사무쳐 잇다. MBC 말고는 KBS는 아예 검찰과 짜고 인터뷰를 왜곡해서 내보내는가 하면, 검언유착을 가리기 위해 일부러 오보를 내고 사과까지 하는 자해쇼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겨레 역시 KBS의 검언유착을 가리기 위해 자진해서 오보를 내고 그것을 2면에 걸쳐 사과하는 희생과 충성을 보여 준 바 있었다. 경향신문은 아예 기자가 검찰 수뇌부를 등에 업고 비판적인 다른 현직검사를 협박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니 이번에는 검찰을 등에 업고 고소하겠다 기자 전체가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 검찰이 수사하면 피의자는 방어권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많은 이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참언론인 손석희의 주장이었을 정도다. 그런 부분까지 모두 담아내야 사실적이지 않을까.

 

물론 고작 16회짜리 미니시리즈에 그 모든 것을 담아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이다. 다만 그럴 것이면 아예 언론이라는 존재를 지웠어야 했다. 언론이 끼어드는 순간 드라마의 현실성은 그냥 앙상한 가시만 남고 만다. 뼈도 아니다. 그냥 조각난 가시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검사로서 동료검사가 납치되었는데 범인을 잡기는 커녕 오히려 사실을 비틀어 수사를 방해함으로써 더 큰 위험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었다. 검찰을 위해서. 검찰이란 조직을 위해서. 바로 그 검찰을 위한다는 검사가 부유한 처가를 두고 정치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대기업과도 손을 잡는다. 벌써 오래전에 한조와 손을 잡을 뻔 했었지만 뜻하지 않은 박광수의 죽음으로 조금 늦춰지고 말았다.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가. 모르긴 몰라도 우태하 역시 특수통 출신일 것이다. 아니 특수통이 아니라서 기자들이 그를 외면했던 것일까? 그렇다기에는 방식 자체가 너무 특수통인데, 아니면 누군가 그 앞을 가로막은 기자들과 더 가까운 존재가 있었던 모양이다.

 

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기자들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언론이 검찰에 대해 저리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기자들이 검찰과 경찰의 사이에서 저런 식으로 기사를 써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아예 관심이 없으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바로 위화감을 느끼게 될 부분들이다. 검찰과 언론의 유착을 너무 소홀히 다룬다. 언론 없이는 검찰도 없다. 검찰 없이는 언론도 없다. 이제는 너무 당연해 졌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재미있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