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 그들이 있었다 - 단 하나 사랑하고 행복했던 기억만을 남기고
어쩌면 위로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미련이고 집착이거나. 간절히 바란다. 어딘가 살아있기를.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그래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기를. 자기를 기억하고 있기를. 대부분 남겨진 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죽은 이들의 마음은 그런 남겨진 이들의 마음이 머물던 공간이 아니었을까. 끝내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기에 떠나야 할 이들을 억지로 그곳에 붙잡아 놓는다. 보지도 못하고 만지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면서도. 단지 그랬으면 싶은 바람만으로.
설정부터 신선했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니. 우연한 계기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들을 보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이었다. 시신을 찾으면 원래 가야 할 곳으로 떠나게 된다. 시신을 찾고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들을 붙들고 있던 미련도 함께 떠나가게 된다. 기억하기 위해서. 온전히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언젠가는 그들을 잊어야만 한다. 그들의 얼굴도, 느낌도,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들까지, 그러나 단 한 가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그들이 존재했으며 그들을 사랑했다는 한 가지가 아닐까.
원망했기에. 어린 자기를 남겨두고 사라져버린 어머니를 평생 원망하며 살아왔었기에. 잃어버린 딸을 온전히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래서 만나야 했다. 그래서 찾아야 했다. 떠나보내기 위해서. 온전히 잊기 위해서. 그래서 더욱 기억하기 위해서. 어머니는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 김욱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딸 현지도 가족이 모두 함께 있던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함께 남게 된다. 그를 위한 여정이었다. 그 죽음을 풀어내기 위한, 그 죽음에 맺힌 감정들을 풀기 위한, 그래서 비로소 현실에 발을 딛고 살기 위한. 살인범을 찾는 과정보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이 그래서 더 절절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은 살고 있고 살고 싶고 그래서 잊혀지고 그럼에도 기억하며 살아가는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그럼에도 온전히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 모든 것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원망도 고통도 미움도 슬픔도 모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희미하게 시간과 함께 바래져 간다. 그리고 남는 한 가지다. 바로 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헤어짐이란 항상 슬픈 일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기쁘기도 한 것이다. 그들은 사랑하고 사랑했고 그래서 행복했고 행복할 수 있었다. 마음은 죽음으로도 갈라놓지 못하는 것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다가 오히려 더 깊이 빠져서 보았던 드라마였다. 서운하도록 후련하다. 마치 펑펑 원없이 울고 나서 올려다보는 시린 하늘빛과 닮았달까. 오만 기억과 감정들을 눈물과 함께 쏟아내고는 무심코 올려다 보는 그 시퍼런 하늘빛과 닮았을 것이다. 안타깝고 안타까워서 차마 마음을 졸이다가도 정작 아쉽고 서운해서 눈물을 보이고야 만다. 그래서 죽음이란 항상 삶과 이웃해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드라마다. 살아있기에 남겨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