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구미호뎐 - 이누야샤의 그림자, 깜짝 놀라다!

까칠부 2020. 10. 18. 04:59

솔직히 쫄았다.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자매 귀신에게 붙잡혀 있던 것을 구해준 표재환이 한순간에 사라졌을 때. 그리고 바로 소파 밑에서 자매귀신이 머리만 쑥 내밀었다. 뭐 이리 무섭냐?

 

전체적인 설정은 일본만화 '이누야샤'를 상당히 의식한 듯한 느낌이다. 이를테면 대요괴의 후계자인 셋쇼마루가 인간 여자와 사랑에 빠지자 반요인 이누야샤가 질투하여 덤비는 상황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원래 '이누야샤'에서도 셋쇼마루가 아무래도 형이다 보니 인격적으로 더 성숙한 반면 이누야샤는 아이같이 철이 덜 든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다만 '이누야샤'에서는 셋쇼마루와 이누야샤의 사이가 드라마에서처럼 그다지 좋지 못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무엇보다 배경이 한국이다. 소재가 한국의 민담들이다. 그래서 그다지 살벌하지 않다. 사실 연출이 너무 무서워서 그렇지 남지아를 쫓던 아이귀신들도 부모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불쌍한 아이들의 혼이란 것이다. 아직 부모의 품에서 어리광부릴 나이에 갑자기 부모조차 보지 못하는 귀신이 되어 세상을 떠돈다면 얼마나 무섭고 외롭겠는가. 그런데 누군가 자신들을 알아본다면 무척이나 반갑고 기쁠 것이다. 같이 놀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하긴 정작 쫓기는 남지아 입장에서는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따위 없었을 테지만. 당장 내가 죽을 것 같은데.

 

원래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던 다른 세계의 것들과 여전히 사람과 섞여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들과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오랜 원한처럼 이어지는 사랑이야기다. 아, 이 부분도 확실히 '이누야샤'를 의식한 듯하다. 오래전 누군가의 농간에 의해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옛연인을 오랜 세월 기다려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의 원인이 되었던 옛 원수도 다시 살아나 그 앞길을 막으려 한다. 이무기란 원래 내려놓아야 할 것을 내려놓지 못했기에 끝내 용이 되지 못한 존재일 테니까. 넘쳐서도 안되고 모자라서도 안된다. 

 

이동욱은 확실히 정상적인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런데 또 그때마다 천연덕스럽게 잘 소화해낸다. 생기기도 잘생겨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범은 또 이런 배역에 매우 익숙하고.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앞서 말한 한국의 민담과 어우러지는 부분에서 역시 너무 로맨스쪽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가. 기대하기로는 방송국PD인 남지아와 구미호 이연이 각지를 떠돌며 민담을 쫓는 가운데 어떤 큰 줄기가 될 만한 사건과 만나게 되는 옴니버스적인 구성이었는데 그냥 주욱 이연과 남지아의 이야기로 밀고가는 분위기다.

 

재미는 있다. 확실히 그 장면에서는 너무 놀랐다. 섬에서의 장면에서도 상당히 긴장하며 보았었다. 익숙한 장면도 많지만 그럼에도 큰 줄기는 드라마의 고유한 것이다. 의식하는 건 상관없다. 잡아먹히지만 않으면 된다. 뒤늦게서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