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 모성강요라는 죄악을 반성하며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이 출산률 어쩌고 하면서 여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진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란 것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사회가 발전하고 고도화될수록 개인에 대한 자각이 커지며 자연과 관습이 강요해 온 모든 강제로부터 자유로워지려 하게 된다. 내가 왜 그 고통을 감수해가며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그 수고를 감수해가며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가. 무엇보다 결혼부터가 내게는 불편하고 성가시기만 한 것이다. 그냥 혼자서 잘 살다가 죽겠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저렇게까지 힘든 일이라면.
그리고 떠오른 또 한 가지가 바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이라는 불교의 '불설부모은중경'이었다. 한 번 기회되면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원래 불교에는 없고 중국에서 유가의 효사상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경전이었다. 저렇게 고통스러우셨구나. 저렇게 힘들게 나를 낳았구나. 아마 결혼했다면 아내생각이 먼저 났을 테고, 결혼하지 않았으니 어머니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유력기업의 최연소 상무라는 이력을 가진 한 여성이 초보엄마로써 겪는 일상들이, 임신과 출산과 육아의 현실들이 그저 관념으로만 알고 있던 모성이라는 현실을 일깨운다. 나라면 과연 저런 모든 일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주제만큼 드라마의 내용이 심각하기만 하느냐면 오히려 웃기다. 마치 학습만화를 보는 것 같다. 과장된 연출과 연기를 통해 더욱 선명히 그 주제를 살려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산모가 느끼는 고통과 절망과 불편과 좌절과 고난들이 차라리 희화화되어 더 적나라하게 느껴지게 된다. 하긴 아니라면 어떻게 당사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을 영상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남편이 다정하고 성실해도 결국 당사자만이 느껴야 하는 고독이란 것이 있는 것이다. 부모조차도 알 수 없는 자신만의 감정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물론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 역시 이미 알고 있다.
아마 출산과 육아에 대한 가장 적나라한 보고서가 아닐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오로지 홀로 감당하며, 그렇기 때문에 어째서 산후조리원이란 필요한가. 원래 인류는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르지 않았었다. 한 집단 전체가 아이를 낳아서 함께 기르고 있었다. 산후조리원의 커뮤니티는 그런 인류가 발전을 통해 어느새 잃어 버린 그런 본능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위로하며 함께 아이를 지켜나간다. 요즘은 케이블이 오히려 주제가 있는 드라마를 더 잘만드는 것 같다. 아니 그냥 드라마를 더 잘 만든다. 감탄한다. 재미가 있다. 그게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