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문화약탈을 보며 떠오른 오래되지 않은 기억들
벌써 몇 년 전이냐? 주연이던 김주혁 배우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도 한참은 지난 것 같은데.
드라마 '무신'이 한창 방영될 무렵 내가 이 드라마를 무지하게 욕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덕분에 드라마의 팬들로부터 욕도 상당히 들어야 했었다. 그러면 뭣 때문에 드라마를 욕했는가?
이미 사료에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격구를 무슨 로마의 검투사 경기처럼 묘사하며 그것을 고려의 상무정신이라 외치는 것부터 정신이 나갔다 싶었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최충헌의 사병집단이던 도방을 마치 일본의 막부처럼 묘사한 장면이었다. 심지어 주요인물들이 입고 있던 전포마저 일본의 그것과 유사한 형태로 디자인한다. 이게 뭔가? 하긴 작가부터가 인터뷰에서 일본보다 우리에게 먼저 막부가 있었다며 주장하고 있었으니.
굳이 막부와 최씨정권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일본에서는 막부에서 독자적으로 전국에 대한 모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했었지만 최씨정권에서는 외형만은 조정에서 왕명에 의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란의 유민이 국경을 넘어 침입해 왔을 때도 정작 가리고 골라 뽑은 정예로 이루어진 자기들 사병은 뒤로 숨기고 조정군만 보내서 크게 낭패를 겪지 않았는가. 삼별초가 바로 몽골침입기에 후방에 남아서 최씨정권의 손발노릇을 하던 사병들이었다. 그냥 고려 조정에서 세력이 강해서 주도권을 쥐게 된 권신의 하나일 뿐이니 막부와 같은 독자적인 정권 같은 건 아니었었다. 그런데 굳이 그걸 일본의 막부에 끼워 넣느라.
심지어 예전에는 일본에도 해적이 있었듯 신라인 해적도 있었다며 자랑하듯 찾아내서 떠들어대는 인간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해적이 뭐 자랑이라고. 중국의 무림이 그리 부러웠는지 범죄집단에 지나지 않던 검계를 추켜세우던 이들도 있었다. 가장 막나가는 경우는 구한말 일부 외국인의 기록을 근거로 한국인의 피에 백인의 피가 섞였을지 모른다며 주장하던 이들도 본 적이 있었다. 뭔 말이냐면 이제 좀 먹고 살만해지면 뭔가 문화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외부에 눈을 돌리고 그에 맞춰 자기 문화를 짜맞추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본주의 맹아론이다. 깨박살난지 오래됐다.
일본의 스시는 우리의 식해와 닮은 틀초밥이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동남아시아에 흔한 요리가 그거라는데 원조 주장한다고 누가 알아주나? 우리가 먼저 간장 만들고 된장 만들고 청국장 만들고 그래봐야 그것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은 일본이다. 오히려 지금은 일본의 간장과 된장을 우리의 간장과 된장에 섞어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중국이 먼저 만두를 만들었다고 한국 만두가 중국 만두가 되는가? 김밥의 원조는 일본의 노리마끼지만 일본인들조차 김밥은 별개의 요리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을 종주국이라 할 미국에서 한국요리로 인정하는 것처럼. 그게 바로 문화라는 것이다.
다만 거기까지 이해가 미치기에는 당장이 급하다는 것이다. 어째서 중국의 문화는 한국처럼 인정받지 못하는가. 더 역사도 길고 더 훌륭한 것들이 많은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가. 그래서 탐낸다. 훔치려 한다. 그럴만한 힘도 있다. 거기서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으면 그때 쯤 껍질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하긴 이해할만한게 공자문묘를 재건하고 제례를 복원하려는데 중국 안에 남은 자료가 하나도 없어서 한국에 와서 문묘제례를 배워가서 복원했을 정도란 것이다. 그만큼 문화대혁명으로 철저히 파괴해 놓았기에 자기들 문화라고 내세우고 싶어도 내세울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중화란 이름 그대로 어마무지하게 많지만.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열등감과 인정욕구가 자꾸만 저들을 성급하게 만든다. 이것도 우리것, 저것도 우리것, 그런 행동들이 더욱 자신들의 문화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인줄도 모르고.
우리나라 역사드라마 제작자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퓨전이 만들기 편하다는 거야 당연히 이해하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은 좀 지키자. 남의 문화 좀 그만 욕심내고. 요는 맥락이다. 흐름. 정체. 중심.
중국이 저리 성급해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역시 시진핑의 리더십의 문제인 것일까? 참 미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