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 히어로와 고딩, 비일상의 일상성, 평범함을 얻다

까칠부 2020. 11. 30. 04:52

한 가지 에러는 하필 주말 심야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에 고딩들이 나오고 있느냐 하는 점일 게다. 금토는 그나마 이해한다. 토일이면 일요일 심야에는 일찍 잠들어야 다음날 멀쩡한 정신으로 학교에 갈 수 있다. 아, 요즘 코로나 때문에 등교를 안하던가? 아무튼 애들 나와 복작거리는 내용은 취미가 아니라서.

 

일단 고등학교 배경에 일진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리는 편이다. 거의 트라우마에 가까운 안좋은 기억들이 너무 넘쳐나다 보니. 차라리 이세계로 날아갔으면 싶은 고딩놈들이 그동안 너무 많았다. 그래서 제낄까? 근데 유준상 나온다 하지 않았나? 뭣보다 OCN인데. 그런데 역시나 생각보다 재미있네.

 

확실히 한국 드라마 수준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이런 설정의 드라마 만들려면 유치해서 못보겠는 경우가 적지 않았었다. 연출의 노하우가 쌓인 것이다. 특수효과는 사실 대단한 것이 없는데 그것을 보여주는 연출이 교묘해서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교통사고로 장애까지 있던 평범한 학생이 악귀를 쫓는 카운터가 되고 현실세계에서도 학교에서 날뛰는 일진들을 물리치는 히어로가 된다. 평범하지만 그만큼 익숙하고 당연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고 맛깔나게 그려진다.

 

전체적으로 맺힌 부분 없이 무난하게, 오히려 탁월하지 않아서 수수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르지도 않다. 딱 주말심야대에 휴식처럼 보며 즐길 수 있는 드라마다. 인간의 악에 기생하는 악귀와 그 악귀를 쫓는 저승의 밀명을 받은 카운터들의 싸움이 그래서 비일상의 살벌함에도 일상의 평범함 위에 존재한다.

 

주인공 소문을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확실히 연예인은 얼굴만 봐서는 나이를 알아 볼 수 없다. 천연덕스럽게 그 또래스러운 순수함과 선량함, 혹은 영악함까지 연기해낸다. 고딩놈들 나와 설치면 채널부터 돌리는 내가 버티며 볼 수 있었던 이유다. 역시 주인공이 매력적이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두는데 차고도 넘친다.

 

대충 드라마의 줄거리가 보이는 것 같기는 하지만 원래 끝을 뻔히 아는 로맨스도 계속해서 보게 되는 것이 캐릭터의 매력과 연출의 힘이란 것이다. 어떻게 설득력있게 시청자의 시선을 꽉 붙잡고 마지막까지 따라오게 만들 것인가. 2회까지 보고 나니 걱정은 없다. OCN은 원래 항상 좋았긴 했었다. 취향의 문제가 있었을 뿐.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