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정영의 죽음과 고조되는 긴장, 그러나 답없는 소문의 캐릭터

까칠부 2021. 1. 10. 08:52

소문이 다시 카운터가 되고 위겐과 만났을 때 조금 더 냉정한 태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솔직히 그다지 당기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요즘 볼 드라마가 없어서. 다른 건 몰라도 기레기 주인공인 드라마는 절대 보고 싶지 않다. 역사따위 밥말아먹은 사극도 흥미가 없고. 언 놈이 시작한 건지 왕권을 위협하는 권신이란 이제 식상한 설정 아닌가 말이다. 아니더라도 드라마로 만들 소재는 차고도 넘친다.

 

아무튼 지난주 내내 소문의 캐릭터 때문에 답답하다가 이번주는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전형적인 전개에 지루해 죽으려 하고 있었다. 그나마 마지막에 가모탁이 기억을 되찾자 옛연인이던 김정영이 시신으로 발견된 장면이 잃을 뻔했던 긴장을 북돋웠다. 차라리 악귀조차 소박하고 순진해 보일 정도로 더 악귀같은 인간의 존재가 다른 의미에서 흥미를 더했다. 인간은 인간의 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저 국수집 직원일 뿐 인간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카운터들이 언론과 경찰, 검찰까지 장악한 지역의 권력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마저도 악귀라는 강적을 뚫고 카운터의 사명이라는 제약마저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개로 봐서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속시원한 맛도 없고 세련되거나 정교하지도 못하다. 나쁜 놈은 진짜 나쁜 놈인데 분노에 공감할 만큼 썩 매력적인 주인공들도 아니다.

 

그래도 언론도 수사기관도 전혀 정의를 밝히는데 아무 역할도 못한다는 점이 현실과 닮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언론이 악과 결탁하고, 수사기관이 범죄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그렇게 생방송으로 민낯을 드러내 보였음에도 여전한 대선후보 지지율이라는 것도 대중이란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더 카운터들의 초능력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진실이 의미를 잃은 세상에서 폭력 말고 다른 수단이 있을까. 정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닌 죽창과 AK가 아닐까.

 

어떻게 신명휘와 조태신을 상대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세울 것인가. 가모탁과 소문에게는 개인적인 원한까지 있다. 자신이 살해당할 뻔했던 원한에 더해 결혼까지 약속한 연인의 원한이 더해지고, 부모의 죽음에 대한 원한이 더욱 사무친다. 그래봐야 절박함이 그다지 전해지지 않는 것은 역시나 소문의 지나친 어린아이다움일까. 내가 왜 애들을 싫어하는가를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봐야 할까? 진짜 볼 드라마 없다. 술이나 더 먹어야겠다. 느린마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