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 - '밥이 되어라'가 더 재미있는 듯
'밥이 되어라'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말했다시피 난 일주일에 드라마 하나 이상은 못본다. 드라마 하나 2회 분량을 겨우 볼 수 있을 뿐이다. 시간이 없다. 체력도 딸린다. 그래서 더욱 뭣같은 드라마를 보면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그냥 후련한 액션히어로물이었다. 저승에서 탈출한 악귀를 소탕하는 영계초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악귀를 소탕하는 카운터마저 잡아먹는 강력한 악귀가 등장한다. 저놈을 잡아야 한다. 범죄조직과 결탁한 부패한 시장이 등장하는 것까지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렇더라도 그를 응징하는 것 또한 카운터의 능력에 의한 것이어야 하지 않은가. 악귀를 찾아 퇴치하는 카운터의 사명과 관련되었어야 했다. 그래서 신명휘가 악귀 완전체는 아닌가 의심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뭔가? OCN에서 지겹도록 울궈먹은 의적사기단의 반복이 아니었는가.
물론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맨날 카운터들이 초능력 써가며 싸우기에는 제작비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부담이 크다. 초반에 초능력 사용해서 싸우던 때에 비해 사기로 신명휘 시장의 돈을 빼돌리는 장면에서 얼마나 배우들도 수월해 보이던가. 쉬어가는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뭔 악귀 지청신의 동정할만한 과거이야기가 그리 길게 나오는 것인가. 악이 악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 드라마 제작진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던가. 막 지청신에게서 악귀를 소환하려는 순간 지청신에게 도움을 받은 보육원 아이가 소문의 다리를 잡으며 막아설 때는 저도 모르게 드라마 보다 말고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아, 씨발. 이 뭐하는 짓거리인가?
신명휘를 마지막 적으로 설정할 것이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다. 아니면 악귀 지청신이 더 강한 힘으로 더 많은 더 큰 악행을 저지르기 위해 신명휘의 신분을 이용하고자 그리 하는 보다 간결한 구성이었어야 했다. 순간 소문이 악인으로 보인다. 아니 굳이 비난할 필요 없는 보육원 아이가 악의 하수인으로까지 여겨진다. 그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목숨까지 잃을 것인가. 그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지청신을 그렇게 인간적인 캐릭터로 묘사했어야 했다. 그냥 이야기를 한 번 더 비틀어 시청자를 농락하려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괜히 관성적으로 악역의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한 번 더 주인공들에게 위기를 맞도록 하려는 타성에 지나지 않는다. 뭔 의외성이 있고 뭔 재미나 의미가 있었는가. 작가가 바뀌었다니 결국 이것 때문이었는가.
원래도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드라마였지만 너무 아닌 척 클리셰 범벅을 만들며 장르적 특성마저 벗어나 있는 터라 더 흥미를 잃게 된다. 그래도 기대하며 보던 드라마였는데. 나를 사랑한 스파이나 끝까지 볼 걸 그랬나?
소문의 징징거림은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에도 이제는 차라리 지겨울 정도다. 어려서 그런 것은 알겠는데 보육원 아이 만큼이나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가모탁 말고 주인공들에게 더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재미없다. 시간낭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