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린마을 막걸리는 일주일 묵히면 더 맛있다

까칠부 2021. 2. 8. 06:59

요즘 마트 가는 것도 귀찮아져서 온라인으로 주문가능한 막걸리를 주로 사서 먹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왕 먹는 것 좋은 것 먹자고 첨가물 없이 전통 양조법으로 만들었다는 느린마을 막걸리를 주문해 먹고 있는데, 이게 참 흥미롭다. 아마 마트에서 그냥 사들고 왔으면 전혀 모른 채 지나갔을 것이다. 느린마을은 일주일째가 가장 맛있다.

 

처음 주문하고 배송되어 왔을 때 느린마을 막걸리의 맛은 좀 심심한 편이었다. 살짝 텁텁한 그냥 무난하고 평이한 맛이라고나 할까? 자극적인 맛이 없어서 오히려 여러 안주에 잘 어울린다는 - 특히 김치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일주일에 이틀 주말에만 술을 먹으면서 한 번에 5병 배송된 것을 다 먹어치우지 못하고 다시 일주일 묵혔더니 전혀 다른 맛이 느껴졌다. 달다. 그것도 아주 달다.

 

첨가물이 들어간 그런 단 맛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탄산을 넣고 감미료를 넣어 만든 찌르는 듯한 단맛이 아니다. 그보다는 잘 삭힌 식혜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은은하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단맛이다. 마침 며칠 전 주문한 김치가 도착해 있어 갓 담근 김치를 곁들였더니 그냥 술술 넘어간다. 뭐 이리 맛있는가?

 

3주째부터는 아직 실험을 못해봤다. 5병이면 딱 2병 3병 2주에 나눠 먹을 양이다. 첫 주는 심심하게, 다음주는 달게, 그러면 그 다음주에는 어떤 맛이 날까? 첨가물 넣고 살균까지 마친 일반 시중의 막걸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 같은 것이다. 매주 술맛이 다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낸다. 병당 3천원 넘는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

 

지금 술을 끊을까 말까 고민중이라 다음주에도 막걸리를 먹게 될 지는 모르겠다. 만일 먹게 된다면 이번에는 일부러 일주일 묵혀서 2주째부터 먹는 것은 어떨까? 김치도 꽤 맛있는 놈이 와서 앞으로 단골삼을까 생각 중이다. 술이 맛있고 안주가 맛있다. 역시 술끊는 건 어렵지 않을까. 더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