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 그들의 풋풋한 모습을 기억하며

까칠부 2021. 2. 21. 07:06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 경우 한국 연예계에 대해 공백이 상당히 있다. 공백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배우 이름도 몰라서 리뷰한다면서 헛발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들 다 아는 연예인을 나는 정작 모르는 경우가 많다. 쟤가 누구인데 저리 인기가 많지? 팬이 많은 거지? 지금도 그렇지만 2010년대 초반은 더 심했었다. 2000년대는 거의 일본드라마를 주로 보던 무렵이라. 한국 연예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히 유튜브서 본 카라의 동영상 하나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걸그룹이 뭐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카라가 없는데 걸그룹따위. 카라가 내 마지막 걸그룹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성균관스캔들이 한창 방영될 당시는 내가 드라마를 보지 못했었다. 정확히 보지 않았었다. 당연히 자이언트도 모르고 또 그 무렵 방영한 다른 드라마도 알지 못한다. 이제서야 우연히 넷플릭스를 통해 겨우 볼 수 있게 되었다. 감상은 박민영 예쁘다. 뭐 말이 필요한가? 박민영 예쁘고, 유아인 인기 많은 것 이해가 되고, 송중기 대물 된 건 그냥 순리다. 박유천은... 원래 그다지 연기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어찌되었거나 이제는 한류스타로 거듭난 이들의 젊은 시절을 본다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새 고인이 된 김성민이 활약하던 남자의 자격을 다시 보는 느낌 비슷하달까? 세월은 흘러도 영상은 남는구나. 그러보니 오래전 콘서트 영상에서 이상형의 여성을 발견하고 주저리 썼던 기억이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적인가. 세월을 거슬러 순간을 남긴다.

 

아직 풋풋하던 시절의 그들의 연기를 다시 본다. 그 뽀송뽀송하던 시절의 그들의 모습을 다시 확인한다. 이런 모습이었구나. 이런 이들이었구나. 내 블로그 첫글을 한 번 거슬러 클릭해 보기 바란다. 다만 한 가지 보는 내내 어색했던 것은, 사실 원작을 읽으면서도 느낀 부분이었지만 정조 연간에 과연 당색이라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었을 것인가. 탕평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숙종이 몇 차례에 걸친 환국으로 국정의 중심은 국왕인 자신임을 확실하게 하고, 영조 연간 경종을 지지했던 소론의 명분이 사라지면서 당색이란 거의 의미를 잃게 된다. 국왕과 얼마나 가까운가. 얼마나 국왕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가. 그래서 이 무렵 양반들은 한양의 벌열과 지방의 향반이라는 구분이 당색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정조 연간에 남인인 정약용이 등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한양에 거주하고 왕에 충성만 바치면 남인이든 북인이든 상관없이 등용한다. 그래서 이후 순종과 헌종과 철종까지 왕의 인척들이 권력을 독점했던 것이었다.

 

내가 알기로 원작인 '성균관 유생의 나날'의 시대적 배경은 1790년대 언저리였을 것이다. 그때라면 당파가 사라지고 왕응 중심으로 한 탕평이라는 줄세우기가 본격화된 무렵일 것이다. 노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왕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지방의 소론보다는 한양에 머무는 남인이 한양의 노론에게는 더 가깝게 여겨진다. 한양이냐 아니냐다. 더구나 토지가 있고 과거에 급제했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했다. 재산도 없는 몰락한 잔반은 양반 취급도 못받게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박민영은 예쁘다. 김민서도 예쁘다. 송중기도 예쁘다. 유아인도 예쁘다. 그러고보니 내가 유아인을 유독 눈여겨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패션왕'이었을 것이다. 유아인에게서는 어떤 '스피릿'이 느껴진다. 아마 배우 가운데 80년대 살았다면 화염병 꽤나 던졌을 인물은 유아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송중기는 9시 뉴스 사회면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을까. 시대가 달라졌을 뿐 사람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좋다. 차라리 수신료는 넷플릭스에. 모니터 바꾼 보람을 느낀다. 드라마는 역시 TV로 봐야 한다. KBS는 안본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