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조선전기 오위진과 탱커의 위력

까칠부 2021. 5. 16. 00:16

사실 롤플레잉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파티플레이란 전근대 사회에서 상식 중의 상식에 속하는 것이었다. 동아시아에서도 대표적으로 척계광의 원앙진이 있었고, 그 전에는 조선 전기 오위진이란 것이 있었다. 원앙진은 아다시피 낭선이 적을 견제하고 당파가 적을 막고 창수와 도부수가 적을 공격하는 구조였었다. 조선 전기의 오위진법에서도 전위를 방패를 든 팽배수가 맡고 그 뒤에 총통을 든 총통수, 장창을 장창수, 자루가 달린 대도를 든 도검수, 그리고 마지막 줄에 활을 든 궁사가 조를 이루어 적을 상대하도록 되어 있었다. 여기서 상식과 다른 점은 팽배수가 다른 부대원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후위의 부대원들이 팽배수를 지원하는 구조란 것이다.

 

당연하다. 팽배수가 무너지면 어떤 방어수단 없이 후위의 전투원들이 적의 공격에 노출되게 된다. 탱커가 사라지면 원래 딜러가 탱커를 대신해서 적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상황이 아닌 것과 같다. 탱커는 탱커고 딜러는 딜러다. 그래서 탱커를 살리기 위해서 탱커 앞에 공격을 집중한다. 그러는 사이 적의 전위는 무너지고 전투는 승리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이같은 구조에서 제일 무서운 건 누구였을까? 총통을 든 총통수였을까? 장창을 든 장창수였을까? 자루있는 도검을 든 도검수였을까? 조선전기 기록에도 나온다. 병사들끼리 싸움이 붙으면 반드시 팽배수가 이긴다.

 

축구에서도 공격수로 평생을 지내고 물러나 수비수로 성공을 거둔 예가 없지 않다. 공격을 알면 방어도 잘한다. 다시 말해 방어를 알면 공격도 자유롭다. 적의 위협적인 공격을 몸으로 받으며 버티도록 선발되어 훈련받은 병사들인 것이다. 게임에서와 달리 싸움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물리력이 전부란 것이다. 조선전기 오위진에서도 가장 강한 물리력을 가진 이들은 항상 팽배수였었다. 오버로드에서 터치미가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이유인 것이다. 전위인 탱커이면서 딜도 막강하다. 사기캐다. 원래 탱커는 적의 공격을 유도해서 파티가 자유롭게 공격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지 딜을 넣는 게 주력이 아니다. 그런데 그 딜에서도 터치미는 최강이었다.

 

조선조 기록만 살펴도 방패를 무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팽배수가 최강이다. 실제 게임을 해 보면 안다. 탱커가 부실하면 파티는 망하는 것이다. 최소한 아군과 동등한 수준의 공격을 계속해서 방어해낼 수 있는 것이 탱커란 존재인 것이다. 탱커가 리더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냥 라이트노벨을 읽다가. 탱커는 신이다. 부정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