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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로드 - 스즈키 사토루에 대한 감탄

까칠부 2021. 5. 31. 00:35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애니를 먼저 보고 바로 꽂혀서 e북까지 전권 구매해서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감탄했다. 작가의 묘사와 달리 스즈키 사토루란 오히려 아인즈 울 고운보다 더한 먼치킨이 아닌가.

 

첫째 작품내 설정에 따르면 스즈키 사토루는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저학력자다. 그런데도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형편없는 블랙기업에서 무려 12년이나 그것도 실적이 최우선인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작품에 묘사로 보면 평사원으로 12년 동안 거의 승진도 못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정사원도 아닌 계약직일 가능성이 더 높을 텐데 심지어 월급의 3분의 1을 쓰는 것으로 최상위권 과금러가 되었을 정도까지 되어 있었다. 게임에 돈 써 본 사람은 안다. 그 정도 인기게임에서 상위권 과금러가 되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 돈을 써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이 아인즈 울 고운이 스스로 스즈키 사토루일 적 기억과 경험을 활용해 다른 사람과 협상에 나설 경우 상대의 평가 또한 매우 높게 나오더란 것이다. 12년 동안 그저 허투루 자리만 채우고 시간만 보낸 것은 아니란 뜻이다. 아니 더 정확히 나자릭의 지배자로서 어울리는 행동을 스스로 궁리하는 모습들부터 그가 영업사원으로서 경험을 통해 습등한 기술과 지식들의 연장에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바라는 상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자신을 연기할 수 있을 것인가. 하긴 그만한 능력이 되었으니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도 아무 줄도 빽도 없이 12년 째 블랙기업에서 적지 않은 급여까지 받으며 일해 올 수 있었던 것일 테지만.

 

그래서 둘째 아마 그런 이유로 스즈키 사토루가 아인즈 울 고운 멤버들 다수의 추천에 의해 길드장이 되었고 10년 넘게 아무일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스즈키 사토루의 회고를 보더라도 그 개성 강한 멤버들이 당시 길드장이던 모몬가를 거의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아에 스즈키 사토루가 아니면 길드가 와해될 것이라 예언한 인물까지 있었을 정도로, 심지어 게임을 접은 지 오래인 상황에서 서비스종료를 앞둔 게임에 과거 길드장의 메일을 받고서 일부러 접속한 사람마저 몇이나 되었다. 자기는 연락책 겸 중재자 정도로 여겼던 모양이지만 그러면서도 길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하긴 이세계로 전이된 이후 나자릭 NPC들을 관리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리더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마냥 우습게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 째인데, 그동안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을 통해 보았던 마법사 가운데 모몬가를 첫손에 꼽게 되는 이유다. 최강의 마법사까지는 몰라도 최고의 마법사로서 인정할 만하다. 모몬가가 있으면 평범한 파티도 최고의 파티가 된다. 마법에 대한 이해와 운용이 그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딜에 있어 최강이라는 우르베르트가 설정상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파티원들로부터 보호받는 입장이었다는 사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우르베르트가 최강의 딜을 위해 파티원들로부터 보호받았다면 모몬가는 적절한 마법사용으로 파티원들을 지원하는 입장에 있었다. 그리고 시의적절한 모몬가의 마법사용은 평범한 파티를 최고의 파티로 만들 정도로 최고의 위력을 발휘했다. 강한 마법이 강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때 적절히 사용하는 마법이 강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그냥 게임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냐고. 머리로 외워서 되는 게 아니다. 재능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마법을 쓸 것인가. 하긴 그러니까 평소에도 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무수히 적어놓고 어떻게 사용할까 연습하는 장면도 나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말과 행동을 보여야 효율적일까. 머리로 안다고 바로 행동으로 나온다면 그게 재능인 것이다. 그것을 미리 알고 연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재능인 것이다. 교육을 받지 못해 지식이 부족할 뿐 자기가 아는 지식과 경험의 범위 안에서라면 얼마든지 유연하게 능동적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아마 아인즈 울 고운의 멤버들도 그런 모몬가의 평소 행동들을 눈여겨보고 인정한 바 있었기에 기꺼이 거의 반대없이 그를 길드장으로 추전하고 그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누구도 거스르지 않고 누구와도 충돌하지 않으면서 결국 모두를 따르게 만든다. 

 

과연 모몬가가 아닌 터치미나 우르베르트 뽕실모에등이 나자릭 NPC들과 함께 이세계로 전이했어도 그만한 절대적인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작가의 설정과 나의 평가가 갈리는 이유인 것이다. 이 놈 대단하다. 새삼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