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로드 - 군주 아인즈 울 고운, 무능하지 않다는 이유
한비자나 마키아벨리가 작품속 아인즈 울 고운 - 모몬가를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칭찬했을 것이다. 군주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학습하는 것이 아니다. 연기하는 것이다. 군주로써 군주답게 자신을 연기하며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군주로써 아인즈 울 고운은 절대 무능하지 않다. 아마 알베도나 데미우르고스가 없었어도 아인즈 울 고운이라면 자기 능력 안에서 어떻게든 나자릭의 체계를 만들고 운용하지 않았을까. 알베도나 데미우르고스가 있기에 그 능력에 맞춰 나자릭의 영역을 확장하다 보니 아인즈 울 고운의 역량을 넘어선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결국 실무적인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알베도나 데미우르고스의 건의로 방침이 정해졌을 때 그 안에서 적절히 나자릭의 전력을 운용하여 결과를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인즈 울 고운의 역량이란 것이다.
당장 왕국멸망만 하더라도 왕국의 멸망을 결정한 것은 데미우르고스의 착각이었지만 그 결과를 이용해서 나자릭의 강화를 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인즈 울 고운 개인의 판단인 것이다. 무엇보다 머리가 나쁜 인간이 열세인 상황에서 적절한 수단을 사용해서 우세인 상대를 이기는 일이 가능할 리 없다. 아인즈 울 고운이 중심에서 명확하게 방향을 잡아주고 있으니 아직 미지의 강적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나자릭은 신중하게 모든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백금용왕의 공격도 아마 아인즈 울 고운이 아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나자릭에 치명적인 일격을 입혔을 수 있다.
강하기에 오만할 수 있는 나자릭의 NPC들을 제어하며 데미우르고스의 책략으로 방침이 정해지면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상황을 주도한다. 무엇보다 나자릭과 NPC들을 무엇보다 아끼는 아인즈의 진심이 더욱 나자릭에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인즈가 아닌 터치미나 다른 길드원이었어도 지금처럼 NPC들은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고 있었을 것인가.
그냥 언어가 다른 것이다. 스즈키 사토루가 알베도나 데미우르고스가 올린 서류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고도의 지식은 고도의 언어로 이루어진다. 의학의 전문용어들은 그 자체로 별개의 언어인 것이다. 하다못해 노가다를 뛰더라도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언어들은 초심자를 당혹케 만들기 쉬운 것이다. 비즈니스의 언어가 아닌 통치의 언어다. 기자놈들이 대중들을 상대로 흔히 장난치는 것들 가운데 하나다. 일상의 언어와 고도의 문법 사이의 괴리를 이용해서 대중을 선동하고 이용하려 한다.
자만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무리없이 가능한 일들을 추진한다. 그럴 힘이 있기에 그런 아인즈를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이다. 작가가 멍청한 짓만 하지 않으면 결과는 해피엔드가 아닐까. 그냥 드는 생각이다. 14권은 너무 길다.